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아렌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아이히만을 통해 악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일깨워준다.
독일과 일본은 똑같이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입힌 전범국가다. 하지만 사과와 반성의 모습은 정반대다. 독일은 전범들을 끝까지 찾아내 그 죄를 물리고 사죄를 위한 보상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일본은 전범기인 욱일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국가적으로도 비양심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역사 인식을 말할 때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우리 역사에서 근현대사는 민족이 민족을 유린한 끔찍한 시대다.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해방 후 미군정을 등에 업은 친일 경찰들에게 학살되기도 했다. 시월의 대구에서도 그랬다. 쌀값 폭등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항의하자 친일 경찰들은 사람들에게 총을 겨눴다. 앞장선 사람들은 이승만 정부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몰살당했다. 대구의 가창골에서만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학살됐다. '골로 간다'는 말도 거기에서 연유한다.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10월 항쟁은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유족회의 노력으로 몇 해 전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6년에는 '10월 항쟁 위령사업 지원 조례'가 대구시에서 통과됐다. 대구지역 작가들은 10월 문학회를 만들어 문학 안에서 10월 항쟁의 진실을 규명해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의 10월은 왔다. 대구의 10월은 제주의 4월이고 광주의 5월이다. 이제 대구시민들은 이런 역사를 말할 권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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