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작품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보다는 작가가 어떤 방식과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전개해 나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현대의 미술작품이라는 게 작가의 의도와 미감이 응집돼 변용과 상이성, 고유한 해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신세계갤러리는 상반된 방식으로 추상화를 전개하고 있는 대구 작가 김영세와 박경아의 두 내면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추상유희-김영세 박경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각 작가가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는 시기는 다르지만 독일에서 수학했으며 추상성 표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이뤄낸 바 있다.
김영세는 철학 전공을 바탕으로 물감, 오브제의 재료적 운용과 기하학적 원리의 조형성 탐구에 심취한 반면, 박경아는 내면의 심상을 창, 숲, 하늘과 같은 풍경 안에서 이질적 분위기와 표현이 교차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둘 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변화의 양상을 띄고 있다.
김영세는 관람자의 지각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화면 속에서 의도적으로 공간의 모호함을 만들어 나간다. 배경에 자리 잡고 있던 물감칠의 양상에 따라 즉흥적이고 엄격하게 드러나는 테두리는 자유로운 형태와 강렬한 대비로 인해 금욕적으로 느껴질 만큼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박경아는 파편처럼 보이는 점이든, 긁히거나 스치다 묻어버린 선이든, 물감이 덩어리째 밀려나 생긴 면이든 간에 이미지의 연상이나 형상의 재현으로부터 전격적이고 과감하게 탈피해 색이 지배하는 그림으로 안착하고 있다.
두 작가 사이에는 흥미로운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김영세의 무한 확장되었던 회화적 공간은 과감한 에지(Edge)에 의해 외계로부터 유입된 운석, 혹은 고대 유적 속의 거대한 돌멘(Dolmen'고인돌)과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정제된 극미의 화면으로 정리된다.
박경아는 화면 안에 균등한 색 입히기를 더해 나가는데, 바탕의 넓고 지배적인 색의 면으로부터 좁고 부각되는 면과 선이 올려지기까지 여러 번의 교차와 중첩을 거쳐 이루어지는 지난한 과장이다.
김영세가 전형적인 채색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배경의 색을 덮어 나가며 형상들을 드러나게 하는 '감소의 묘사'라면, 박경아는 교차와 중첩을 이용한 내적 경험의 '증가의 묘사'라 할 만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전시는 추상의 화면이 제시하는 깊이 있는 해석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4일(월)까지.
문의 053)66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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