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장악' 의회가 해산 거부하자 전국 곳곳서 "해산하라" 시위
의회가 '부패 인사'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한 게 정국 혼돈 단초돼
반(反)부패 개혁을 추진하며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을 빚어온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결국 의회를 해산했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비스카라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 의회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우리는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국민을 향해 "이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회 해산 결정은 이날 의회가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야당이 다수인 의회는 이날 헌법재판관 7명 중 임기가 끝난 6명을 새로 임명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의회가 임명하려 한 헌법재판관 후보 중에는 부패에 연루된 인사들도 있으며, 국회의장 친척도 있다고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헌법재판관 후보들이 납치와 갈취, 성적 학대 등 민형사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페루 헌법재판소는 현재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FP) 대표의 석방 여부 등과 관련한 주요 판결을 앞두고 있다.
중도 성향의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를 장악한 부패한 마피아가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법관 임명 절차 개선안을 정부 신임안과 연계해 먼저 처리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그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의회가 정부 신임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경고했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의회가 정부를 두 차례 불신임하거나 신임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페루 의회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런 경고에도 야당 의원들이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경고를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표결을 강행하자 비스카라 대통령은 결국 경고대로 의회 해산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의회 해산 결정으로 당분간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페루 내에서는 부패한 보수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사회적 동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발표 이후 의회 밖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환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