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봉놋방의 따뜻함…울진 십이령 주막

입력 2019-10-01 11:33:07 수정 2019-10-01 17:24:50

울진~봉화 잇던 보부상의 옛길
울진 전통주에 한옥체험까지 인기

울진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의 박숙희(왼쪽), 김경조(오른쪽) 공동대표. 과거 등짐을 지고 울진과 봉화 등지를 넘나들던 보부상들의 정취가 초가집 주막 안에 가득하다. 신동우 기자
울진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의 박숙희(왼쪽), 김경조(오른쪽) 공동대표. 과거 등짐을 지고 울진과 봉화 등지를 넘나들던 보부상들의 정취가 초가집 주막 안에 가득하다. 신동우 기자

'여기 따뜻한 국밥 한그릇 말아주시오'

사극 드라마에서 주로 듣는 대사이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한마디가 빠졌다.

'주모'란 단어를 넣어 다시 대사를 읊어야 비로서 정감있고, 무언가 맛깔스러워진다.

"나이 오십줄에 벌써부터 주모란 소리는 듣기 싫은데… 그래도 주막을 운영하고 있으니 뭐라 할 수가 없네요(웃음)"

울진군 북면에서 봉화군으로 넘어가는 옛길을 한참 달리다보면 초가집과 기와집 무더기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017년 7월 28일부터 장사를 시작한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이다.

십이령은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 장터에서 미역, 건어물, 소금, 생선, 젓갈 등의 해산물을 짊어지고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나서던 길이다.

높고 험준한 고개가 열두개나 있어 십이령이라 불렀다.

조선시대까지만해도 십이령 한 고개마다 주막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십이령 보부상 주막촌이 들어선 곳은 네번째 고개쯤이다.

지금도 짙은 소나무로 빽빽한 산길을 보면 호랑이가 출몰하고 보부상을 노리는 도적떼까지 있었다는 옛 기록이 충분히 그럴 듯 하다.

보통 울진에서 봉화장까지 걸어서 사나흘은 걸렸다고 하니 여기서 보부상들은 하룻밤 머물며 피로를 풀고, 함께 고개를 넘을 동료들을 모았으리라.

근래 들어 당연히 두발로 산을 넘는 보부상은 사라졌고, 호환이나 도적떼를 걱정할 일도 드무니 자연히 주막촌은 흔적도 없어 뒤안길로 사라졌다.

울진군은 그런 십이령의 옛길을 복원하고 지난 2017년부터 식당과 한옥체험시설을 갖춘 주막촌을 열었다.

위탁 운영은 사회적기업인 ㈜말똥가리의 공동대표 김경조(61)씨와 박숙희(50)씨가 맡았다.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박숙희씨가 주모, 술도가를 운영하는 김경조씨가 주조장의 역할이다.

박숙희씨는 "산길을 뛰어다니며 자란 토종닭과 울진의 각종 약재가 들어간 백숙이 대표 메뉴"라며 "주변 노인분들이 직접 산에서 딴 약초를 가지고 오시니 재료를 어디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십이령 고개의 깊은 맛이 음식 곳곳에 베어들어간 셈"이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백숙 외에도 메밀전, 해방풍전, 산채비빔밥, 촌된장 정식 등 건강한 메뉴가 다채롭다. 그때그때 울진에서 자라난 재료를 쓰느라 계절마다 메뉴는 달라진다.

여기에 김경조씨가 100% 국내 쌀과 십이령 청정수로 담근 막걸리를 곁들이면 첫잔부터 술술 넘어가는 목넘김에 돌아갈 발걸음이 걱정이다.

다행히 가족실과 단체실로 나눠진 숙박동이 바로 옆에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다. 소나무로 지어진 옛 기와집 형태의 숙박동은 초가로 지어진 주막동과 달리 나름의 빼어난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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