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동호동 경북외국어대학교는 2010년 경영부실 대학에 이어 2013년 정부 재정지원제한 및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에 지정됐다. 결국 그해 8월 자진폐교했고, 학교법인 경북외국어대학교도 해산했다. 정관에 따라 법인 청산 후 잔여재산은 동일한 설립자가 운영 중인 학교법인 무열교육재단(대구 대원고 운영)에 귀속됐다.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제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경북외대 학생 중 10명은 대구외대, 32명은 서남대로 편입했다. 하지만 두 대학 모두 2018년 폐교하면서 이들은 소속 학교가 두 번이나 문을 닫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다.
이렇듯 대학 폐교는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들의 이탈과 주변 지역의 침체 등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 문제는 다각적이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쉽지 않은 청산, 사회 문제 양산
2008년 이후 해산된 사학법인은 경북외대(경북외대 운영), 경북교육재단(대구외대 운영) 등 8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청산 종결된 법인은 경북외대 1곳에 불과하다.
민법 제82조에 따르면 해산 법인의 청산 주체는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가 임명된다. 문제는 내부 이해 관계에 따라 청산인 지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청산인이 정해져도 청산이 미뤄지기도 한다. 전문성 부족, 폐교 재산의 낮은 활용 가능성 등이 문제다.
민법 제87조에 따르면 청산인은 현존 사무의 종결, 채권 추심 및 채무 변제, 잔여 재산의 인도 등의 직무를 모두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해산 법인의 원활한 청산을 도울 전담 기관이나 인력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폐교대학 종합관리 사업 타당성 분석 및 재정운용 모델 연구'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 4월 내놓은 자료다.
이 보고서는 "법인 청산은 빨리 진행한다 해도 3~4년이 걸린다. 그런데 잦은 보직 변경 탓에 전문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청산을 추진할 교육부 담당자가 없고, 담당자도 업무를 파악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의 폐교는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 대학 구성원의 임금 체불과 실직, 교육의 질 저하 등으로 이어져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시행령 제72조에는 학교의 폐쇄와 관련해 재학생과 학교의 기본재산 처리 상황만을 규정할 뿐, 교직원 대상 조치는 없다.
또한 일부 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폐쇄 명령과 자진 폐쇄 인가 당시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과 계약직원들을 교직원 현황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폐교 대학의 증가는 대학교 구성원의 실직을 야기해 고학력·전문 인력을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며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 이들을 재배치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학생의 경우 폐교 대학으로 인해 특별편입학 이후 유사한 전공이 없거나 교육과정이 달라 교육의 지속성 및 사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편입학한 대학교까지 원거리 통학 등의 문제로 학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어려워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대학 폐교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은 더 있다. 법인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수년간 대학 주변 지역의 경기 침체와 유동인구 감소 등 악영향을 끼친다.
폐교 대학이 생산, 보관하는 기록물이 관리되지 않아 학적 증명 관련서 발급 및 기록 정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학 지원책, 신중한 접근 필요
당장 2020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과 수험생 수의 역전 현상이 사상 처음으로 벌어졌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대학 혁신 지원방안'의 하나로 대학 폐교 대책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역 대학 한 교수는 "지금까지 퇴로는 막아둔 채 대학 정원 감축만을 유도해왔다. 그것에 비해선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며 "다만 설립자에 대한 자산 환급 범위가 적다면 부실대학들은 인기 있는 특정 학과에만 의존하면서 버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역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지만 신입생 모집에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며 "부실 대학의 퇴로, 폐교 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학의 교육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립대학의 퇴로를 열어주고 폐교 이후 지원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학들이 개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폐교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개인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높은 사학법인을 지원하고자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데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부실 대학의 자진 폐교를 유도하는 방안 중 하나로 법인이 사유재산 일부를 되가져갈 수 있게 하자는 안도 논란거리다. 이 방식을 두고는 사학법인에 대한 대한 특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대학 폐교 시 지원책을 마련할 경우 이른바 '먹튀' 방식의 폐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말 국회가 이른바 '비리사학 먹튀방지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비리를 저지른 대학 운영자가 법인을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 귀속에 제한을 두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 법은 학교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에 관한 사항만 다루고 있다. 법인이 해산하지 않고 대학만 폐쇄할 경우 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학 폐교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덩치가 커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학교 인근 상권 붕괴, 고등교육의 질 하락, 고학력 실업 양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많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이들이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은 다할 수 있도록 하되, 우선 폐교 시 학생이나 교직원 등을 위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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