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국과 총선

입력 2019-09-25 17:38:47 수정 2019-09-25 19:18:03

모현철 정치부장
모현철 정치부장

'구미국가산단 50주년' 행사가 최근 경북 구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홍보 영상이 발단이 됐다. 이 홍보 영상에 구미산단을 설립한 공로가 큰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빠진 탓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했다. 보수단체들은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산단을 설립한 것에 따른 공로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권의 반발도 거셌다. 구미지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구미시장의 행보를 '박정희 지우기'로 간주해 성명서를 내는 등 '박정희 지키기'에 나섰다.

수년 전에는 당시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96회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세운 업적을 칭송하면서 나온 얘기였다. 오래전부터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 행사 때마다 헌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은 끝도 없이 올라가 결국 '반신반인'이라는 말로 정점을 찍었다.

이처럼 보수 또는 진보 진영에서 상징이 되어 있는 인물이나 대상을 건드리면 상대편은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한 전현직 의원도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상징화돼 있는 금기를 건드려 비난을 자초했다. 현재 영어의 몸으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태극기 부대'로부터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중도 세력과 함께 보수, 진보 세력이 존재한다. 갈수록 보수, 진보 진영이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발표 이후 한국 사회는 '조국 지지' 또는 '조국 반대'를 외치는 양 극단의 사회로 변해버렸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보수, 진보 진영의 '이념 전쟁'은 더욱 격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국 장관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 검찰이 조국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조 장관이 위기에 처하자, 여권에서는 조국 지키기에 올인을 하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이미 "조국은 촛불 정권의 상징"이라면서 조국 장관을 적극 옹호해왔다.

문 대통령도 조국 장관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통성을 국민에 의한 촛불 혁명이었다고 했다. 여당은 촛불 정신을 조국 장관에게 대입시켜 촛불 정권의 상징으로 만드는 듯하다. 시대정신을 상징화한 인물은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시대정신의 상징을 향한 모든 공격은 핍박이고 고난이며 탄압을 받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내년 총선이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양 진영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진영이 보기에 조국 장관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받는 검찰의 수사가 촛불 정신이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탄압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 릴레이 투쟁을 하고 있다.

조국 사태의 핵심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와 진보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진영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조국 사태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역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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