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으로 들어와 있던 백과사전과 문학전집... 아이를 위한 엄마들의 결기
세일즈의 꽃, 방문판매의 기술... 좋은 품질은 기본, 푸근한 인상이 숨은 무기
1987년 여름의 사진이다. 영재발굴단 뺨치는 눈썰미를 무기로 대구시내 주택가를 돌며 방문판매에 나섰던 도서판매원이 학부모들의 눈과 귀를 잡아끈다. '잠깐만 보라'고 시작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학부모의 교육열이 타오른다는 걸 판매원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말을 잘하는 약장수 곁에는 구경꾼들이 몰리지만 약을 잘 파는 약장수에겐 실제로 좋은 약이 있다는 논리다. '애들 키우는 집에는 한 질씩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집에 애를 보니 똑똑하네. 벽에 걸린 상장이 이만큼이나 되네. 누구를 닮아서 이러냐"로 구성지게 이어지는 상찬은 "4~5학년 되면 꼭 필요하다. 저쪽 집에 누구도 벌써 샀다"는 마무리로 미묘한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
마지막에는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집이 달라 보인다"는 인테리어 조언도 덧붙였다. 아동문학전집이나 백과사전류였다. 가계부에 한 획을 그을 가격이었지만 엄마들의 저변에는 대의, '자식을 위해서라면'이 깔려 있었다.
전자상거래가 자리 잡고 중고판매가 활발해지면서 도서판매원은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세일즈의 기본은 방문판매라고 하지 않던가. 녹즙, 요쿠르트 등 건강음료와 화장품 그리고 보험은 방문판매가 여전히 주요 축이다. 엄밀히 말해 주부판매원들의 활약에 업계 매출이 달렸다.
주부판매원의 활약이 두드러진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흥미로운 통설이 있다. 보험왕치고 미인이나 달변가가 없다는 것이다. '구매자를 속이지 못할 것 같은 판매자와 계약한다'는 풀이가 들어간다. 말끔한 외모와 술술 썰을 풀어내는 입심보다 일상적인 이웃 같은 인상에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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