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과 여당이 '조국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 이 정권에 '법치'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누구든 그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절대 원칙이 아니라 불리하면 무시해도 되는 액세서리일 뿐이다. 조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 심정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 희생자라는 투다.
추하다는 소리밖에 안 나오는 말장난이다. 검찰은 세 차례의 신청 끝에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규정대로 집행했다. 입회한 변호사가 수색 범위를 꼼꼼하게 따져 검찰은 추가로 영장을 신청해 받기도 했다. 압수수색에 11시간이 소요된 이유다. 모두 정당한 법 집행이다. 이를 강제수사라고 하는 것은 무지(無知)의 극치다. 우리 사법행정이 강제·강압수사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의 피해자 행세는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법원은 자택 압수수색 영장은 다른 영장보다 까다롭게 심사한다. 가장 내밀한 사적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니 심사는 더 세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영장을 내준 것은 그만큼 조 장관 일가(一家)의 불법 혐의가 움직일 수 없음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뜻이다.
여당의 조국 역성들기는 더 추하다. 여당 대표는 검찰 수사를 "먼지털기식 수사"라며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총력 수사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석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보다 더 많은 특수부 검찰 인력을 투입해 한 달 내내 수사했음에도 조 장관에 대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검찰이 또다시 무리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했다. 대놓고 수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이 이렇게 한통속이 돼 법치를 능멸하는 이 부조리극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하다는 말로는 다하기 어렵다. 쥐꼬리만큼이라도 양심과 염치(廉恥)가 남았다면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는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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