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개봉한 무성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는 뱃사공 부녀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향토색과 서정성까지 갖춘 우리 영화사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시 동아일보와 매일신보도 '민족의식과 저항정신 발산'에 주목했다. 부녀가 떠난 뒤 나루터에 외롭게 남아 물결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는 임자 없는 나룻배. 그 마지막 장면은 나라 잃은 겨레의 설움을 상징하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만든 이규환 감독 또한 3·1만세운동을 벌였던 대구 계성중 출신이어서 지역민들에게는 정감을 더한다. 일제 식민통치 시절에 민족의 비애와 울분을 대변했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의 촬영 현장이 바로 달성 화원에 있는 사문진(沙門津) 나루터였다. 사문진은 민족정신을 표현하는 영화의 무대로 등장할 만했다. 사문진은 하천 교통의 요충지였다.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였다. 대구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남해에서 해산물을 실은 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국내외 상인들의 물품 수송로 역할을 하며 왜물고(倭物庫)와 화원창(花園倉)을 두기도 했다. 사문진을 거쳐 대구로 물자가 들어왔으며, 낙동강 상·하류 지역으로 물건이 실려나갔다. 사문진은 서양 신문화 유입의 길목이기도 했다. 대구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온 경로 또한 사문진 나루터였다.
1900년 대구로 부임한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20여 명의 짐꾼들이 사문진에서 대구 종로의 선교사 집으로 피아노를 옮겼는데,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주민들이 빈 나무통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그래서 '귀신통'이라 불렀다. 달성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 공연과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의 제작 배경이다.
달성문화재단이 오는 28, 29일 사문진에서 '2019 달성 100대 피아노'의 향연을 펼친다. 달성군 개청 100년을 맞아 개최한 이래 올해로 8회째이다. 100대에서 울려 퍼지는 유례없는 피아노 선율은 웅장하면서도 신비롭다. 달성 사람들은 이 같은 문화적인 르네상스에 이어, 올해는 대구시 신청사 유치 운동과도 결부해 명실공히 대구의 관문으로서 사문진 르네상스를 희구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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