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제근로자 하루 5만원 벌기도 빠듯한 이유?

입력 2019-09-24 17:35:28 수정 2019-09-25 07:03:32

작업량 만큼 돈 받는 형태로 경기부진에 직접적 타격…단가 후려치기로 건당 금액도 크지 않아

대구 섬유패션업계는 봉제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우 원인으로 객공제를 꼽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봉제공장 모습.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제공
대구 섬유패션업계는 봉제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우 원인으로 객공제를 꼽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봉제공장 모습.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제공

대구 봉제근로자 절반 가까이가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객공제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공제는 월급·시급 근로자에 비해 업계 상황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실련과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가 최근 실시한 봉제근로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명 중 50명(49%)이 객공제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객공제는 근로자가 작업량만큼 급여를 받는 형태로 다른 업종에서는 흔치 않다. 봉제근로자 중 월급이나 일당·시급 형태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각각 25%, 15%에 그쳤다.

대구 섬유패션업계의 부진으로 봉제업체들이 원청업체에서 따내는 물량이 줄면서 객공제로 임금을 받던 봉제근로자의 벌이는 크게 줄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역 봉제업체들은 영세한 곳이 많아 상당수가 미싱사, 보조직원 두 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은 봉제업체가 원청업체로부터 받은 계약액 40%를 임금으로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구 서문시장 인근에서 일하는 A(59) 씨는 "원피스나 블라우스 같은 패션복의 경우 한 장당 원청업체가 2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일반 티셔츠는 1만원가량에 불과하다. 하루 최대 작업량이 10장 정도인데 옷에 화려한 디자인이 들어갈 경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최근에는 일감이 많이 줄어 하루에 서너 장 작업 고작이어서 5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구 봉제업체 상당수가 낮은 인건비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납품계약을 따내 근로자 희생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업체 규모가 대부분 5명 미만으로 영세하고 근로자 연령대도 높아 처우 개선 요구를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경욱 패션연 노조 지부장은 "봉제업종은 워낙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인건비 절감을 하지 않고는 원가를 줄일 부분이 많지 않다. 같은 원청-하청 구조인 자동차부품업종에 비해 산업 규모도 작아 처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노사 계약에서 시간이 아닌 작업량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봉제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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