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근무하며 자괴감 들었다, 의류렌탈 문화 확산돼야"

입력 2019-09-24 16:34:02

재활용 의류 렌탈·판매업체 운영중인 권민주 노모뉴 대표

권민주 노모뉴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민주 노모뉴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버려질 것을 알면서도 옷 하나라도 더 팔려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대구 중구 성내동 빈티지 의류업체 '노모뉴'(NOMORENEW)에서 만난 권민주(29) 대표는 2015년 영국 런던 한 유명 SPA브랜드에서 매장 관리자로 근무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해 교동 구제시장이 자신의 놀이터였다는 권 대표는 패션트렌드를 선도하는 해외에서 의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그는 오래 일하지 못하고 박차고 나왔다. 자신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초 노모뉴를 시작했다. 권 대표는 "일을 하면서 의류와 관련된 여러 기사를 접했다"면서 "티셔츠 한 벌을 만드는데 1t의 염료가 들어가고, 제작 과정에서 염직 노동자가 고통받는다는 등의 기사를 자주 봤는데,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는 더는 근무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덴마크의 한 방송사는 지난 2017년 유명 SPA브랜드인 'H&M'이 한 해 12t가량의 의류를 소각하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권 대표는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에서 색다른 가치를 찾아 공유한다'는 뜻을 함축해 '노모뉴'라고 업체명을 정했다. '의류 렌탈' 문화의 확산을 강조한 것이다. 옷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기존 관념을 바꿔 '필요할 때 입고 반납한다'로 바뀌면 그만큼 의류 폐기물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옷을 산 뒤 곧 싫증 나 버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옷을 빌려 입는 것이 부담도 적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어느 광고 카피처럼 '사지 마세요, 빌려 입으세요'가 의류 렌탈의 슬로건이 되면 어떨까"라며 웃었다.

그는 노모뉴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의류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 대표는 "100명에게 보내면 10명은 '현실이 이런 줄 몰랐다'며 답장이 온다"며 "최소한 내가 구매하려는 브랜드가 환경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민주 노모뉴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민주 노모뉴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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