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혹시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하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본인이야 주변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겠지만,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지레 걱정이 앞선다.
때문에 치매예방을 위한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근 ICT(정보통신기술) 로봇이 치매예방 교육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조봇(ozobot) 치매예방 시니어봉사단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경로당·복지관·요양원 등이 주무대이다.
16명의 치매예방지도사로 구성된 시니어봉사단은 지난 5월 KT의 후원으로 8주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또 다시 한 달간 심화모의과정을 거쳤다. 시니어 봉사자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새로운 기술과 강의 프로그램, 활용 방법 등을 충분히 익힌 셈이다. 또한 팀워크도 다졌다. 적게는 60대부터 많게는 9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강의 대상인 만큼, ICT 치매예방 강의는 3, 4명이 한팀을 이뤄 진행한다. 봉사단 구성원 대부분은 강의 활동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교사, 공무원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로봇으로 치매를 예방한다?

오조봇 치매예방 시니어 봉사단 박일구(70·중등교장 출신) 씨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43년 간의 교직생활에서 은퇴하자, 사회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찾아 수성보건소에서 교육을 받았다.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대한 강의를 하고, 주 1회 경증치매환자의 멘토 역할을 했다.
"올봄 ICT를 활용한 치매예방 프로그램 지도자 연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ICT 로봇으로 어떻게 치매를 예방하지?' 지금까지 저의 상식으로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이 새로운 봉사의 길로 나서는 계기가 된 셈이죠."
공기업을 퇴직한 최준영(70) 씨도 비슷한 경우이다. 퇴직 전부터 건강을 위해 15년 간 국선도를 수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퇴직 후 국선도를 활용해 어르신 건강 봉사활동을 하려 했지만, 사회적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보건소에서 실시한 참살이건강지도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사무소 건강강좌 강의를 하면서 국선도를 일부 적용하기로 했다. 호기심과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어르신 건강강좌를 고민하던 최 씨에게 '로봇을 이용한 치매예방 지도사 과정'은 안성맞춤으로 생각되었다.
호기심과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ICT 로봇(오조봇) 활용 치매예방 지도사 과정'의 성과는 상상을 넘어섰다. 우선 앙증 맞은 로봇 '오조봇'이 사랑스러웠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처럼,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모두 좋아할 스타일이다.
▶호기심·재미·효과 '일석삼조'
얼핏 단순해 보이는 오조봇의 작동원리는 어르신들의 섬세한 손놀림과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흰종이에 4색 마커 펜으로 선을 그으면 오조봇은 마커 색깔과 동일한 색깔로 변하면서 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 때 반드시 선의 굵기가 일정 두께 이상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정신을 집중해 손으로 선을 가급적 굵게 그어야 하다는 뜻이다.
만일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면, 오조봇은 어르신들이 그은 선을 따라 빛깔을 바꾸어 가면서 움직이게 된다.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또다른 미션이 추가된다. 교차로가 나오면 오조봇이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게 되기 때문에, 미리 마련된 방향지시스티커를 선의 굶기에 딱맞춰 붙여주어여 한다. 스티커 하나를 제대로 붙이기 위해 어르신들이 정신을 집중하고 셈세한 손놀림에 주의해야 한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이를 응용하면 수많은 게임과 작업이 가능해진다. 강의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처럼 손과 머리를 동시에 활용하는 활동은 치매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수강생 정모(71) 씨는 "오조봇을 처음 봤는데 너무 신기했고, 짝궁과 함께 가위 바위 보 게임 등 다양한 놀이를 하니 너무 즐거웠다"고 했고, 박모(75) 씨는 "비슷한 또래의 강사들이 우리 눈높이에서 로봇을 이용해 강의를 해주니 재미도 있고 귀에 속속 들어온다. 더욱이 강의 중간에 치매에 좋은 음식, 체조, 스마트 폰을 활용한 다양한 놀이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 주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의숙(61) 오조봇 치매예방 시니어봉사단원은 "ICT 활용 치매예방 강의는 일회성 보다는 난이도를 높여가며 꾸준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서 "현재는 학력과 경제력이 좋은 어른신들이 많이 강의를 신청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전 계층의 어른신들에게 확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워드> 오조봇이란?=

오조봇(ozobot)은 원래 창의력, 논리력,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코팅 교육용 교구로 만들어졌으며, 3cm의 크기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로봇으로 불린다. 4가지 색상(검정·파랑·빨강·초록)의 마커 펜과 흰 종이만 있으면 자유롭게 움직인다. 흰종이에 색상 이미지를 그리거나, 이미 만들어진 색상 명령 스티커를 이용해 로봇을 제어한다. 미취학 아동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에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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