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루게릭병에 걸린 친구가 있다. 친구는 자주 여행을 했다. "여행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픈 엄마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집을 떠난 거야. 4년 전 이혼을 했는데 그때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고, 나 때문인 거 같아 죄책감이 들어. 돌아가실까 봐 너무 무섭고, 소파에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랑 함께 산책도 하고 여행도 너무 하고 싶은데 힘을 내려고 하지 않으니. 짜증 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친구는 어머니가 그립고 미안한데 보러 가기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려움과 죄책감은 지혜의 빛을 가린다. 어머니는 나 때문에 늙고 병드는 것이 아니라 연세가 드셨기 때문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니 마음 아프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께서는 당연히 자식을 위해 애쓰셨고 우리는 그것에 죄송해 하기보다 감사할 일이다. 어머니도 우리도 지금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순간이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한탄하기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도 참 좋다.
우리 어머니는 두 무릎 연골이 다 닳아 5년 전 수술을 하셨다. 여든이 넘으니 회복이 느리고 우울증이 함께 와 몸과 마음의 고통이 심하셨다. 몇 개월이 지나고 빨리 회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꽃구경을 가자고 졸라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꽃구경을 갔다. 휠체어 타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아픈 다리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올봄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난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했다. 아름다운 풍경은 한순간이고 좌변기가 없는 휴게소에서 볼일을 보시느라 곤혹을 치렀다. 오히려 어머니의 회복은 지난 5년간 의식을 치르듯,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들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꼭 안아드리면 하얗게 웃으신다.
온몸의 접촉은 자신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세상의 온기와 연결되는 행위니까.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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