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설수' 삼성 선수단, 기강 해이 도 넘었다

입력 2019-09-19 06:30:00

'2군행 불만 표출', '잡담 중 견제사', '가을야구 탈락 확정 후 클럽으로'
"감독은 직이 위태로운데 선수들은 가을야구 탈락하는 날 클럽行이 삼성 현주소"

창단 첫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확정한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삼성 선수들은 연차를 막론하고 기강 해이의 모습을 잇따라 드러내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창단 첫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확정한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삼성 선수들은 연차를 막론하고 기강 해이의 모습을 잇따라 드러내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최근 2년차 이하 선수들이 주말 늦은 시각 클럽에서 포착됐다. 다음날이 휴식일인 까닭에 이들의 외박이 구단 규정 위반은 아니었지만,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가 확정되던 날 팀 분위기에 견줘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 이달 초 주장 강민호는 경기 중 누상에서 상대 선수와 잡담을 나누다 투수 견제에 태그아웃되는 이른바 '잡담사'를 당했다. 안일한 플레이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급기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까지 나서 "프로 선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 올 시즌 중반에는 선수 A가 1군 엔트리 말소를 통보받자 불쾌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통상 감독 및 코치진에게 인사를 한 후 2군에 가는 것이 관례지만 A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A는 그라운드 안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제멋대로 표출, 팀워크를 흐리곤 했다.(이와 관련, 삼성은 18일 오후 '선수 A가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2군행에 불만을 표시한 건 전혀 아니다. 경험이 적다보니 라커룸 문화를 몰랐을 뿐이다. 나중에 정중히 사과했고 문제없이 끝났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야구장 안팎에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김한수 감독의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라커룸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라커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건 1~2년 전부터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2014년 오승환을 시작으로 2018년 이승엽까지 주축 베테랑들이 해외 진출, FA, 은퇴 등의 이유로 대거 삼성을 빠져나갔다. 선수단 구심점 역할을 해주던 중고참 선수들이 짧은 시간 내 사라지자 질서와 기강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삼성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기강 해이를 첫손에 꼽는다. 야구 관계자 A씨는 "시즌 중반 2군행을 통보받은 선수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감독과 코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경산에 갔다고 한다. 현재 삼성 기강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고, 객관적 전력에 비해 순위가 낮은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김한수 감독의 '신상필벌' 없는 리더십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김 감독은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나온 강민호의 '잡담사'에 침묵하며 다음날 그를 계속 선발 출장시켰다. 강민호를 선발 제외하면서 선수단 전체에 '필벌'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대신 그에게 속죄의 기회를 준 것이다.

최근에는 신인급 선수들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주말 2년차 이하 선수 수 명이 지인들과 함께 대구 시내 모 클럽에 갔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단순 사생활로 치부될 수 있지만 NC 다이노스전 2연패로 창단 첫 4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당시 팀 분위기 하에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한수 감독의 재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즌 막판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구 관계자 B씨는 "감독은 직이 위태로운데 선수들은 클럽에 드나드는 게 삼성의 현주소다"며 "젊은 선수들은 창단 첫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가 삼성에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자율 야구의 시대라지만 최소한의 기강은 프로스포츠에서 필수라고 야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강 해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관중과 팬을 실망시키고 개인은 물론 팀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년간 9위-9위-6위-8위로 이어지는 삼성 순위가 오직 전력의 약화 때문만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