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 무역 중심지 고레섬
300년 동안 2천만명 팔려 나가
후손들 좀 더 잘살 수 있게 돕는
새마을운동은 승화된 박애주의
지난주 세네갈 출장을 다녀왔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차로 9시간 거리에 있는 움보르비란 마을에서 거행된 모내기 시범행사 참석을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관할 주지사, 시장뿐 아니라, 주세네갈 한국 대사도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와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에서 도입한 이앙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한 마지기 논의 모내기를 마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간 세네갈에서는 논에 직접 씨를 뿌리는 직파 방식을 통하여 연간 ㏊당 3~4t의 쌀을 생산했다. 새마을세계화재단의 안덕종 세네갈 사무소장(농학박사)은 못자리에서 모를 기른 다음 논으로 옮겨 심는 한국식 농법을 적용할 경우, ㏊당 10t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를 통하여 세네갈에서 농업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다. 104㏊(31만 평)의 황무지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토로 만든 그다. 더욱 놀라운 일은 양 몇 마리를 들에 풀어놓고 그늘에서 낮잠만 즐기던 마을 주민들이 이제는 땡볕에도 논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새마을정신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세네갈 내 새마을 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본부협정 체결이었다. 협정 서명 후 아마두 바 세네갈 외무장관은 경북도와 새마을세계화 재단이 지금까지 세네갈 내에서 시행한 새마을세계화 사업의 성공적 수행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시범마을 사업도 성공리에 마쳐서 새마을 정신이 세네갈 전역으로 확대되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하였다.
이날 서명한 본부협정은 세네갈 주재 우리 재단 사무소에 외교 공관에 준하는 특권면제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외교 공관이나 국제기구가 아닌 법인이나 단체에 이러한 특권면제를 부여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다. 외무장관이 직접 나와서 필자와 나란히 앉아 협정에 서명한 것도 세네갈 정부가 새마을 사업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세네갈 주재 재단 사무소 차량 번호판은 'SAEMAUL xxxx' 로 표기 되어 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새마을 홍보물이다. 세네갈 출장길에 16~19세기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던 고레(Goree)섬을 방문할 기회를 가진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다. 수도 다카르에서 3㎞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섬은 자색, 노란색, 흰색 등의 예쁜 건물이 어우러져 유럽의 여느 시골 마을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300년 동안 2천만 명의 흑인 노예를 송출한 슬픈 역사를 지닌 섬이다. 이 상흔을 기리기 위하여 1978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섬 중앙에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노예의 집'이 있다. 2.6㎡ 크기의 방에 노예 20여 명씩을 가두어 두었다 한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서로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잤다고 한다. 젊은 여성 노예들의 유일한 희망은 노예 무역상과 성관계를 해서 임신을 하는 것이다. 백인의 아이를 갖게 되면 풀려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막사에는 젊고 건강한 흑인 여성들을 수용, 체격이 건장한 남성들과 관계를 갖게 해서, 튼튼한 아이를 생산하도록 하였다. 사육해서 팔아먹을 새끼 노예인 것이다.
바다 쪽으로 난 통로를 지나면 '돌아올 수 없는 문'이 나온다. 이 문을 나서면 배에 실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팔려 나간다. 배에는 노예들을 눕혀서 한 층, 한 층 짐짝 싣듯이 실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동물보다 못한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가이드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으며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통하여 이들이 좀 더 잘살 수 있게 된다면, 같은 인류로서 이전 세대가 범한 못된 짓에 대한 조금의 속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새마을운동에서 승화된 박애주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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