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민심은 조국 법무부 장관 편이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인 곳에선 어김없이 탄식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조국 사태'로 두 동강 난 '나라 꼴'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이 땅에 정의가 남아 있긴 하냐며 자조했다.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든 주역은 '공정'과 '정의'를 말해 온 조국 자신이다. 추석 민심이 끓어 오른 것은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이중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에게서 이를 실천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반면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려 한 흔적은 넘쳐 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레 늘어놓았던 그다.
'선친이 했다'던 딸의 출생신고는 사흘도 안 돼 자신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장상을 준 적이 없다'고 폭로했던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겐 '위임해 준 것'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다. 그의 부인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이사로 있던 웅동학원이 관련 소송에서 한 번도 변론을 않아 패소를 자초한 일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가족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의 사업 수주와 투자 유치 과정은 의혹투성이다. 해외로 달아났던 펀드의 핵심 5촌 조카는 버젓이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온갖 거짓과 불법 의혹을 두고 윤석열의 검찰이 그와 그 가족을 정조준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두고 정치 검찰의 부활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번 추석, 국민 관심은 '검찰 개혁' 이 아니라, 오롯이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거머쥔 조국과 그 가족'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었다. 검찰 개혁 설문조사(SBS) 결과 '조 장관이 검찰 개혁 적임자여서 잘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8.9%에 불과했다. 국민은 더 이상 자신의 말대로 만신창이가 된 조 장관이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란 명분을 내세워 임명됐는데 개혁을 할 수 없다면 법무부장관으로 자격도 사라진다.
윤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가져 달라'고 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네 편 내 편에 따라 다른 잣대를 주문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제기된 의혹과 공정의 문제를 깡그리 무시하며 대통령이 임명했을 때 국민은 이 정부의 자랑거리이던 공정과 정의가 스스로 부정되는 것을 목도했다.
공정과 정의가 사라진 나라에서 조국은 살아 펄펄 뛰는 권력이다. '공정한 법질서를 만들겠다'는 등의 공허한 수사를 제외하면 그런 권력자의 취임 일성이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였다.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과 달리 검사 인사권은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다. 그의 과거 행태로 보면 그가 말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부를 의식해서라는 의심은 자연스럽다. 취임 이틀 만에 내놓은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 활성화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이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도 공교롭다.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조 장관의 말은 놀랍지도 않다.
조국은 그렇게 공정과 정의의 화신이 아닌 '내로남불'과 '유체 이탈 화법'의 대가가 됐다. 그가 그 자리에 머무는 한 '공정' '평등' '정의'는 한낱 물거품일 뿐이다.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쯤에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그게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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