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국민을 새로 뽑으세요

입력 2019-09-12 06:3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으로부터 '희망사다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2차 대전 후 동독을 손에 넣은 스탈린과 동독 권력자 발터 울브리히트의 목표는 '동독의 소비에트화'였다. 이를 위해 1945년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1946년 중반까지 동독 내 주요 공장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했다. 구 독일국방군(Wehmacht)의 '전격전' 같은 속도였으나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

토지개혁은 수확기와 작물 파종기인 9월에 단행돼 수확량 격감을 불러왔다. 국유화는 소련이 전쟁 배상금으로 가동 중인 공장의 절반인 400개를 소련으로 빼돌린 것과 맞물려 많은 노동자들을 '백수'로 만들었다. 인민은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1961년까지 서독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겠다면서 더 많은 노동을 강요했다.

그러나 동독의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인민의 생활도 더 비참해졌다. 그러자 인민이 폭발했다. 1953년 6월 17일 울브리히트 등 동독 지도부의 총사퇴, 자유선거 등을 요구하는 인민 봉기가 동베를린과 동독 400개 도시를 휩쓸었다. 이에 대한 동독 정부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인민들에 실망했다." 이에 동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분기탱천해 '인민을 다시 뽑으라'는 시를 썼다. 제목은 '해결 방법'(Solution).

"6월 17일 인민봉기 뒤/ 작가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주도록 했다/ 거기에는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것은 오직 더 많은 노동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고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여권과 지지 세력이 환호성을 지른다. "조 장관은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 "개인적 모욕과 모멸을 견뎌낸 것은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감당하기 위해서" "검찰이 쏜 네이팜탄을 뚫고 법무장관 취임한 조국 위해 폭탄주 한잔 말겠다" 등등. 구 동독 정권의 "인민들에 실망했다"보다 더한 국민 조롱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부터 국민 조롱이니 놀랍지도 않다.

그래서 '강추'한다. 브레히트의 제안대로 국민을 다시 뽑으라고 말이다. 그러면 조롱하느라 입 아플 일도 없을 것이다. 조롱할 대상이 없어 심심한 게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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