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담이었다. 대구시 신청사 광고를 맡은 순간부터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요즘 대구 곳곳에는 신청사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으로 포화상태다. 어느 구·군을 가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지역으로 신청사를 유치하겠다는 광고로 가득 차 있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에 부담스러웠다. 자칫 어설픈 광고를 만들었다가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의 매력이 무엇인가?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을 역전해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광고의 매력이다. 광고 속에서 생각(아이디어)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것만으로 누가 와서 잡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광고의 매력이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흐려진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구·군에 유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즉,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본질은 시민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다. 바로 시민의 마음이 신청사 유치의 본질인 것이다.
광고에서 그 점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은유'였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문장과 같이 대상을 암시적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가지고 온 것이 '나침반'이었다. 나침반은 사람을 보지 않는다. 온전히 방향만 본다. 방향을 가르쳐주는 일 외에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 나침반의 모습이 마치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 같았다.
필자는 신청사 광고에 나침반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세차게 돌렸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침반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깨지고 만다. 마치 신청사 유치의 과열이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카피를 노출 시켰다.
'대구시 신청사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시민의 뜻을 따라갑니다'
깨져버린 나침반은 과열 유치 경쟁의 부작용을 의미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뜻이라는 카피를 던졌다. 사실 이 장면에는 한 가지 메시지를 숨겨두었다. 영상 초반부에 오직 나침반만이 색채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침반이 터져버리면서 비로소 시민들이 모습을 채색하였다. 신청사의 본질이 나침반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시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 숨겨둔 의도를 시민들이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카피를 최대한 쉬운 말로 썼다. '악마는 디테일에 산다'라는 말이 있다. 광고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것도 광고를 보는 쏠쏠한 재미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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