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독거노인, 희망의 꽃을 피우다!

입력 2019-09-09 18:00:00

대구 중구노인복지관ㆍ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등 전국 10곳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운영

남성독거노인들이 요리교실과 스마트폰 교육 등을 통해 일상생활의 자립과 사회성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고 있다.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제공
남성독거노인들이 요리교실과 스마트폰 교육 등을 통해 일상생활의 자립과 사회성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고 있다.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제공

'홀아비는 이가 서말이고, 과부는 깨가 서말이다.'는 옛속담이 있다. 고령사회를 맞아 홀몸어르신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대구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13.9%인 34만2천105명(2017년 인구총조사)으로 나타났다. 이중 홀몸어르신은 노인 인구의 19.6%인 6만7천25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옛속담처럼 홀몸어르신 중 특히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은 남성홀몸어르신(이하 남성독거노인)이다. 대구의 남성독거노인은 1만5천866명으로 전체 독거노인(6만7천25명)의 23.7%를 차지한다. 청·장년 시절에는 사회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은퇴 후 사회 비주류로 밀려난데다 집안살림은 그동안 배우자가 도맡아 해온 탓에 대부분 남성독거노인의 경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어지러운 살림살이, 건너뛰기 쉽상인 식사, 사회와 단절된 고독감과 우울 등은 남성독거노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심각히 해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대구 중구노인복지관과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등 전국 10곳에 남성독거노인을 위한 '제 1기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이하 생명숲 힐링센터)'를 운영했고, 지난달부터 5개월 간 2기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한 커리큘럼

방정애 중구노인복지관 팀장에 따르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생명숲 힐링센터' 수강생을 모집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는 남성독거노인 스스로가 사회로 나오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75~80세가 수강생의 주류를 이루었는데요. 최고령은 92세였습니다. 18주 간 주 3회 과정을 진행했는데, 중도 탈락률 역시 10% 미만이었습니다. 그것도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거나, 자녀집으로 이사를 간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르신 스스로 교육과정을 중도 포기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셈이죠."

생명숲 힐링센터 교육과정의 가장 큰 핵심은 남성독거노인들의 취약점인 일상생활의 자립과 사회성 증진이다. 이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 100세 목표를 추구한다. 눈길을 끄는 강좌는 '정리수납교육'과 '푸드테라피 요리교실'이다. 정리를 할 줄 몰라 집안이 어지럽고, 요리를 할 줄 몰라 식사를 건너 뛰거나 밖에서 적당히 때우는 것이 남성독거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교육도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고 사회와 소통하며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외로움과 고독감을 극복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역시 빠질 수 없다. 미술심리치료, 실버필라테스, 단전호흡, 웃음치료, 맞춤형운동처방 등을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다.

"2기 과정에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이 추가되었습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오신 남성독거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있는 화분의 나뭇잎을 닦고 가꾸는 것을 보면서 여성 어르신뿐만 아니라, 독거남성 어르신들도 원예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강좌를 보강한 것입니다."

남성독거노인들 요리교실.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제공
남성독거노인들 요리교실.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제공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생명숲 힐링센터의 참여 효과는 86.2%로 기대 이상이었다. 생활만족도는 65점 만점에 46.6점, 고독감의 경우 사전대비 사후검사 결과 7.9점 감소, 자아통합감은 5.9점이 향상되었다.

"남성독거노인의 생활변화는 두드러졌습니다. 옷가지 등을 모아두지 않고 곧바로 정리하고 수건을 예쁘게 개어 놓고 사용하며, 양념장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반찬요리를 해서 밥을 꼭꼭 챙겨 먹는 일이 이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밖에 나가서 사 먹거나 그냥 굶기 일쑤였죠."

이모(84) 씨는 "정리수납교육을 받고, 요즘 양말과 수건을 예쁘게 개어 놓는다"고 자랑했고, 김모(73) 씨는 "처음에는 서먹했는데 이제는 친해져 형님·아우 하면서 지내는 것이 너무 좋다. 내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강모(78) 씨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걸 가르쳐 주니, 마치 내가 선생님이 된 것 같아 뿌듯하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모(83) 씨는 "정리수납 교육을 통해 모아 두었던 옷가지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이 생겨서 집안이 깔끔해 졌다. 특히 2기 수강생을 위해 보조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방정애 중구노인복지관 팀장은 "교육강좌를 끝낸 1기생들의 경우 자율요리, 건강교육 등 월1회씩 자조모임을 꾸려 꾸준히 교류하도록 하고, 일부 어르신들은 2기 참여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보조강사로 활동하도록 해 사회 참여를 지속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 팀장은 또 "잊혀진 존재로 생각되던 남성독거 어르신들을 사회 밖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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