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와 남아공, 상대 외국인 상점 공격...제노포비아 우려, 양국 관계 긴장

입력 2019-09-05 18:41:06 수정 2019-09-05 23:24:59

28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부 보르노주 주도인 마이두구리 인근 마을에서 주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28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부 보르노주 주도인 마이두구리 인근 마을에서 주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전날 보르노주 난자이 마을 주민들이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보코하람' 추정 세력의 공격을 받아 최소 65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의 양대 강국에서 자국 거주 상대 외국인의 상점들을 약탈하는 사태가 발생,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양국 관계가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높은 실업률로 사회적 불만 고조된 남아공에서 나이지리아인들의 상점들을 약탈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나이지리아에서 보복으로 남아공인들의 상점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뒤이어 나이지리아는 남아공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의 젊은이들이 라고스와 이바단 등 주요 도시에서 남아공인 소유 상점들을 약탈했다고 AP 등 외신이 나이지리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바단에 있는 남아공 통신업체 'MTN'의 사무소에서는 시민들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라고스에 사는 시민 스티븐 오바페미는 dpa에 "군중들이 들이닥친 뒤 몇분 만에 한 상점이 비워졌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내 남아공인 소유 상점들에는 4일 경찰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됐으며 일부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나이지리아 젊은이들의 약탈 사태는 남아공인들이 나이지리아인 상점들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지난 1일부터 요하네스버그 등 남아공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이 외국인 소유의 상점 수십곳을 약탈하고 차들에 불을 붙였다. 특히 많은 나이지리아인 소유 상점들이 피해를 봤다.남아공에서는 이번 폭력 사태로 5명이 숨졌으며 100여명이 체포됐다.

외신들은 남아공의 약탈 사태가 높은 실업률이 유발한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28%나 될 정도로 심각하고 극빈층들은 외국인 이민자들과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나이지리아는 4일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아프리카 경제정상회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근 남아공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약탈 행위를 이유로 아프리카 경제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와 남아공 정부는 모두 이번 약탈 사태가 확산할 개연성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외무부는 3일 자국 주재 남아공 대사를 불러 남아공인들의 약탈 사태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남아공에서 나이지리아인들과 나이지리아인 상점들에 대한 계속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나이지리아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확실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같은 날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에 대한 공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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