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철소 블리더 합법화 공식화…조업정지 처분 어떻게 되나

입력 2019-09-03 18:00:56

경북도, "아직 결정된 것 없어…청문 거쳐야 결론"…과징금 대체 혹은 처분 취소 가능성도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 논란을 일으켰던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운영에 대해 환경부가 3일 합법화 방침을 밝혔다.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 DB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 논란을 일으켰던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운영에 대해 환경부가 3일 합법화 방침을 밝혔다.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 DB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 논란으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위기에 놓였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한시름 놓게 됐다. 환경부가 3일 제철소 용광로 블리더 운영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합법화 과정 어떻게

앞서 환경부는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불거진 블리더 논란을 두고 지난 4월 '화재 등 위급한 상황이 아닌 정기 점검 시 블리더 개방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했다. 용광로 내부 압력 증가 등에 따른 화재, 폭발과 같은 위기 방지를 위한 비상 시에만 블리더를 개방할 수 있다고 봤다.

포항제철소 등 철강업계는 "블리더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 제련소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가 이날 '국내 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개선사항 등을 반영해 배출시설(블리더) 변경신고를 하면 합법화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다만 관련 지침, 나아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등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변경신고 절차, 필요 서류 등을 다듬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현행법상 불가능한 점은 법 개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을 두고 '애초 환경부가 정기 점검 시 블리더 개방은 위법이라고 내린 유권해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제철소 조업정지가 미칠 국가·지역경제 파급력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기계적인 법 해석으로 유권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전남, 충남도 등 제철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부 유권해석에 따라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통지(사전통지)했지만,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달라져 혼란을 부추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전문가, 환경단체, 철강업계, 지자체 등 관계자 모두가 참여해 숙고한 뒤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논란으로 관리사각지대에 있던 제철소 용광로 블리더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행위를 수면 위에 올려 저감 방안을 도출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블리더에서 가스가 배출되는 모습. 경북도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블리더에서 가스가 배출되는 모습. 경북도 제공

◆오염물질인 먼지, 질소산화물 상당수

환경부 민관협의체가 출범할 당시 논의 내용에는 제철소 용광로 블리더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 배출량 및 농도 등 공동조사' 안건도 포함돼 있었다. 철강업계 주장처럼 블리더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장치를 설치할 수 없다면,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해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무인기(드론)를 통해 7월 23일까지 4차례에 걸쳐 포스코 및 현대제철의 블리더 상공의 오염도를 시범측정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용광로 내 배출물질 저감장치(세미블리더) 가동 여부에 따른 먼지의 배출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환경부는 포항제철소의 연간 먼지 배출량을 미국 연방환경보호청 산정방식을 통해 1.7t 정도라고 밝히며 이는 포항제철소 연간배출량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국립환경과학원의 포항제철소 드론 측정 결과 10㎛보다 작은 미세먼지가 1㎥ 당 54.1mg이 나와 용광로 배출 허용 기준인 40mg/1㎥ 보다 높았다고 보도했다. 드론을 통해 이미 흩어진 가스를 포집, 조사한 결과인 만큼 실제 배출 수준은 이보다 10배에서 100배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다만, 환경부는 블리더 배출가스에 질소산화물이나 중금속 등 인체유해물질 무엇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조사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환경부가 환경오염공정시험법에 따라 진행한 게 아니라 드론으로 간접 측정한 자료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도 조업정지 처분 향배는

이날 환경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경북도는 앞서 사전통지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확정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환경부 발표 내용에 '기존에 법 위반 행위로 행정처분 중인 것도 법 위반이 아니다'고 명시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앞서 이미 현대제철의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확정한 충남도는 이날 "조업정지 처분은 적법하며 취소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부 대책 발표에 따르면 블리더 배출물질을 저감할 방법도 있고 먼지,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포함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환경부 민관협의체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포항제철소 행정처분 확정을 위한 청문 일정을 조속히 잡을 계획이다. 청문은 10일 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추석 연휴가 끼여 있어 개최 시기는 9월 말쯤으로 예상된다.

청문 결과를 두고는 환경부가 합법화 카드를 꺼낸 만큼 기존에 사전통지된 행정처분이 과징금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선 나온다.

환경부가 합법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전통지 자체를 부당한 것으로 해석해 행정처분 자체를 취소할 여지도 있다. 조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하더라도 해당 기업체는 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어서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피할 수는 없어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청문을 개최해 논의를 해봐야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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