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입력 2019-09-02 18:00:0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이 카피를 쓴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대구 도시 브랜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며 마지막에 방점을 찍을 강력한 한 줄이 필요한 터였다. '대구시 광고니 당연히 좋은 문장을 써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입에 발린 글을 쓰기는 싫었다. 공감을 얻지 못한 광고는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구시와 일하며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광고에 담고 싶었다. 사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 대구의 강한 보수성 때문에 힘들었다. 더욱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도 아닌 아이디어를 파는 일이라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철옹성 같은 대구도 변해갔다. 정형화된 광고만 선호하던 대구는 생각의 영역을 점점 넓혀갔다. 그리고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보였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쓴 카피가 바로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이다.

이 카피를 쓰고 칭찬도 욕도 많이 들었다. 칭찬은 공무원에게서 들었다. "소장님, 우리는 프로야구 심판과 같은 직업입니다. 잘해도 티가 나지 않고, 못하면 질타를 한 몸으로 견뎌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고를 광고 카피에 잘 담아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슬프게도 욕은 시민들에게 들었다.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광고에서 자화자찬만 늘어놓았단 비난이었다. 이렇게 늘 광고주와 오디언스(시민) 사이에는 강한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그런 비난에 굴하지 않았다. 맞다고 생각한 부분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광고에는 일종의 종교와 같은 힘이 있어서 세뇌 효과가 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문장이 입에 붙어버렸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대구에 관한 포스팅에 시민들이 그 카피를 댓글로 달기도 한다. 재미있는 CM송의 멜로디가 입에 붙는 것처럼 우리의 인식에 그 문장이 붙은 것이다.

'소통과 혁신의 대구' 엠블럼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그 작업을 맡았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대구가 제일 못하는 것이 소통과 혁신 아닌가요?'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수록 우리는 반드시 그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생각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가는 곳마다 '소통과 혁신의 대구'라는 엠블럼이 보이면 어떨까? 대구시청에서 '대구는 하루로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라는 카피를 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시민뿐만 아니라 공무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봤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품고 대구에서 일하고 살아간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 봤다. 마치 'I love New York'이라는 슬로건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뉴욕을 애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 홍보 활동을 살펴보면 눈부시다. 인기 유튜버와 협업을 통해 대구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고담 대구'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란 이미지의 판을 뒤엎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이 굉장히 신선했다. 내심 기뻤다.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는 카피를 비아냥댔던 사람들에게 할 말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도시를 브랜딩할 때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되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참고하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시민들 역시 눈치를 보는 모습보다 '이 방향이 맞으니 믿고 따라오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대구를 더 매력적으로 볼 것으로 생각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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