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시의 상상력으로

입력 2019-08-29 10:24:34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나는 흔히 사람들이 일컫는 연극쟁이다. 그것도 현장성을 매우 중요시 하는 현장예술인이다. 이 말인 즉, 감성과 이성 그리고 충동의 본질을 행동하고 표현하여 그것으로 인해 관객과의 소통을 바로 그 순간의 찰나를 통하여 교감하고 짜릿함을 느끼며 내가 비로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쟁이인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굉장히 이성적이면서도 지적인 면을 갖추면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기 스스로의 본능과 감정 그리고 자기의 억압욕구를 자아세계에 맞춰 비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는 이론적 무장으로 인하여 굉장히 논리적이나 약간의 딱딱함을 주며 후자는 감성적이고 창의성은 있으나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며 전자에 대해 약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그것에 대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그러나 작금에 들어서는 이성적이든 논리적이든 본능적이든 감성적이든 간에 예술에 있어서는 '재미 있는' 것이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재미나게 표현할줄 알아야지만 살아남는 시대가 된듯하다. 그래서 많은 쟁이들이 자기의 유형을 버리고 너도 나도 재미를 쫒다보니 각자의 색깔이 없어지고 일률적이며 보편적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 라는 존재는 이러한 경향이 완전히 무시되는 그야말로 인간에 의한 자연의 예술물인것 같다. 왜냐하면 시는 느끼는 대로 말하고 인식되는 대로 표현하며 깨닫는 대로 충만해진다. 이 과정들 속에서 어느 한가지만 '의미'를 가지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흥얼거리며 묘한 자기 만족감을 준다. 시는 압축적이며 무한하여 모든 것을 만들게 해준다. 아름다운 시 한편은 미술로도 음악으로도 연극으로도 탄생될수 있다. 또 역으로 모든 예술장르를 한편의 시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만큼 시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준다. 바로 각기 다른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한편의 시를 흥얼 거렸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해 보았다. "난 네가 정말 좋은데 넌 내가 그렇게 싫어 한번 말해봐! 말해보라구! 왜 말이없지. 그래 이제와서 내가 역겹다 이거지. 날 사랑한다 말할 땐 언제고 다른 여자라도 생긴거야! 이 비열한 자식 가! 가버려! 너같은 자식 두 번다시 보기싫어 다시는 내곁에 있어 달라고 말하지도 않을거야. 어서 가버려!"

시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감정으로 느끼고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다양성을 연극하는 나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수 있는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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