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SNS에 '아베야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아베 신조가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한·일 역사, 경제 등 지금껏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깨달음을 얻어 역설적으로 아베에게 고마워한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조 씨에게도 고마워할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학 필기시험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간 조 씨 딸 '덕분에' 입학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게 드러났다. 고교 재학 중 단 2주간 인턴에 의한 논문 제1저자 등재, '황제 장학금' 논란 역시 이들 분야에 대한 점검 기회를 안겨줬다. 부동산 차명 보유, 웅동학원 채무 면탈 및 교사 부정 채용, 사모펀드 투자 등 다른 의혹들도 '가족이 뭉치면 뭣이든 할 수 있다'는 가족애(?)를 일깨워준 것과 함께 관련 제도들의 미비점을 손질할 계기를 제공했다.
'우파 못지않게 좌파도 부패하다'는 논거를 조 씨와 가족이 입증한 것도 고마워할 이유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도 '조국 사태'는 일깨워줬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 대통령 취임사가 빈말이란 것도 보여줬다. 외모나 언변에 속지 말고 거짓·위선을 판별할 수 있도록 국민을 경각시킨 것도 의미를 둘 만하다. 청년들에게 불공정의 장벽이 어둠 속에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무엇이 정의인가를 숙고하게 하고 분노·행동하게 한 것도 조 씨가 이바지한 바다.
집권 세력의 참모습도 '조국 사태'는 국민에게 알려줬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조 씨를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야당 비판에 청와대는 '갖다 붙이기'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직접증거가 없을 뿐 정황증거와 심증은 차고 넘친다. '조국 구하기' 나아가 내년 총선 프레임을 '한·일전'으로 몰고 가려고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면 어느 국민이 용서할 수 있을까.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비화한 '조국 사태'에 대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도 넘은 비호도 집권 세력 실체를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장외 집회에 10만 명이나 모이게 해준 조 씨에게 자유한국당은 '조국아 고맙다'라며 청문회 준비에 바쁜 그에게 김칫국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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