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소극장은 문화운동이다!

입력 2019-08-22 11:18:13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대구를 공연문화예술의 도시라고 한다. 공연 유료관객과 공연 인프라가 지방도시 중 1위이며 풍부한 관련 학과의 인력배출 및 수많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 의 수가 서울을 제외한 전국 최다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문화예술인들은 이러한 상황들이 실감나지 않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유료관객들 중 90% 이상이 기획사와 방송사 공연장 등이 합심하여 서울공연이나 관 주도의 기획상품으로 만들어진 공연들 위주로 채워졌다는 사실은 대구예술인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자생력을 퇴보시키고 대구예술의 근간을 흔들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기초예술에 기반을 두고 산업으로 가야하는 정상구조의 현상을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간을 흔들고 있을 때 대구 소극장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이 그 나라의 민주화를 완성시켰듯이 풀뿌리 예술운동의 중심에 서서 기초예술의 기틀을 다시 한번 정립하고 대중과 상업성에 마비되어 버린 관객들에게 문화의 향수를 고취시켜 예술로서의 살아있는 도시, 창조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공연문화도시 대구를 만들어가는 근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대구의 소극장은 1980년대 이후 대구공연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역사적으로 낙후된 극장문화를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성취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며 문화운동의 장이 되어주었고 창작실험과 무대미학의 다변화, 무대와 객석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 인재 양성, 관객의 저변확대와 연극의 대중화 등 대구연극의 형성과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2019년 오늘도 소극장에서는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상문화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대형뮤지컬이나 상업공연이 관객몰이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것은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생동감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소극장은 과거 소극장 운동의 본질적 의미를 구현하는 장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소극장은 동시대의 삶을 치열한 예술정신으로 담아내고 관객과 함께 미래를 고민하는 장으로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그것은 발전을 위한 고통이고 성숙의 과정이다. 소극장 운동은 대구공연예술의 기반이자 발전의 토대이다. 이것은 한국공연의 발전사와 세계공연사가 증명하는 사실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현재 대구의 소극장 운동은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운동이 부흥 확대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호응이 있길 바란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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