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진짜 커피를 찾아서

입력 2019-08-21 14:30:37 수정 2019-08-21 19:32:47

망월사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백련차문화원장

입추가 지나도 늦여름 더위는 맹렬하다. 아마도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오면 선선해지려나 보다. 이번 여름에는 차보다 더 맑은 커피를 찾아 그 향과 산미를 즐겼다. 요즘 절집에서도 작설차와 보이차에 이어 커피가 '제삼의 차'로 대세다. 품질 좋은 빈과 드립으로 풍미를 즐기고 수행에 각성을 일깨운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비영리단체가 스타벅스와 피츠커피 등 유명 커피 제조사 70여 곳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3월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은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되는 만큼 "커피 유통업체들은 앞으로는 판매하는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019년 6월 3일 커피를 암 유발 경고문 부착 품목에서 제외했고 미국 커피협회 회장은 "이 소식으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이 다시 커피의 향과 맛을 주저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이 한국에 상륙했다. 도올 김용옥은 최근 서양철학사 02에서 신의 커피에 대해 말했다. 커피 맛은 생두의 품질이 절대적이다. 생산된 주재료 생두 품질은 어떤 방법으로도 향상시킬 수 없다. 그래서 커피를 다루는 방법은 생두 품질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커피콩에는 유분과 배아, 세포, 섬유조직이 있다. 낮은 열과 긴 시간으로 1차 팜핑이 되지 않은 상태로 생두의 속을 익히므로 겉이 타지 않은 비교적 건강한 커피 맛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과도하게 배전해 버리면 커피콩의 구조와 성분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탄화되고 질이 떨어진다. 배전된 원두는 공기, 습도, 온도에 의하여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가능하면 배전 후 10시간 이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전된 원두의 분쇄는 모래알 같은 입자를 가져야 커피 맛이 상쾌하다. 농한 커피의 탕색이 녹차나 홍차와 유사하다면 건강한 커피이다. 수돗물로 커피를 추출하면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 성분이 향과 맛을 감소시킨다. 물의 입자가 많은 생수를 선택해야 한다. 좋은 물과 도구를 사용하여 낮은 온도로 추출해야 한다.

철분과 커피는 상극이다. 스텐이나 구리 기구는 물을 끓일 때 미량의 철 성분의 영향을 받는다. 이 철분은 물의 성질을 경질로 바꾸어 타닌의 용해를 방해하고 위장의 수축 운동을 방해한다. 철을 피해 유리 기구를 사용하는데 유리 제품은 납, 아연, 카드뮴 등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중금속 없는 유리 제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 추출하는 과정도 흰색 종이 필터는 염소 표백을 하기에 미국 FDA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극소량의 다이옥신이 우러난다. 브라운 종이 필터는 마분지 냄새가 배어 나오기 때문에 드립 커피의 부드러운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정제한 커피는 없는가? 차보다 더 맑은 커피는 없는가? 좋은 땅에서 유기농으로 자란 생두를 찾고 좀 더 나은 조건에서 볶고 내린 커피는 없는가?

맑은 커피는 온몸의 청소부와 같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고 목이 칼칼하지 않고 입안에 단침이 고이고 사포닌 향과 성분이 나타나는 커피라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명약이다.

이 모든 사항을 갖춘 커피를 칠곡 라온에서 만난다. 라온 커피를 완성한 김대환 선생은 커피콩을 태우지 않는다. 차나 커피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이나 도구를 100여 가지나 밝혀낸 선각자이다. '문명사회의 최고 음료'라는 커피를 모든 분들이 품어 행복한 문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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