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원로화가 권정호의 작품세계와 그 변화과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회고전인 '권정호;1971~2019'전이 그것이다.
이 회고전은 1980년대 신표현주의라는 이름으로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고, 현실과 사회상을 반영한 일명 해골로 상징되는 작품의 다양한 변주와 화면의 깊이를 보여줬던 권정호의 위상과 작가적 가치를 조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전시로 평가되고 있다.
1971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년에 걸친 작가의 전 시기적 작품세계를 특징에 따라 5개 섹션으로 나눈 이번 회고전은 ▷1970년대 초기 단색화계열의 점 시리즈 ▷1983년~1997년 신표현주의 계열의 소리와 해골 시리즈 ▷1991년~2002년 하늘, 선 시리즈 ▷2003년~2009년 사회현실을 반영한 지하철 시리즈 ▷2010년부터 현재까지 입체 및 설치 해골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 100여점과 함께 아카이브와 작가 인터뷰 등 자료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시기별 작품의 특성을 보면, 초기 '점, 문자 시리즈'에서 권정호는 정점식의 영향을 받아 초기 추상 작품을 창작했었는데 당대의 많은 현대 미술작가로부터 '점'에서 조형의 근원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를 위해 죽농 서동균으로부터 서예를 사사했고 전통문화에 영감을 받아 한국의 문화적 관점에서 점을 보여주려 했다. 1981년에는 당대의 단색화의 유행과 물질감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비판하는 작품 '바보의 미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1983년 미국유학을 계기로 작가는 '소리와 해골 시리즈'에 천착하게 된다.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던 1984년 권정호는 거리에서 스피커를 발견하고 자신이 시달리는 고속도로 소음과 현대인들의 신경증을 표현한 '소리'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리의 상징은 해골로 바뀐다. 이는 유년기 때 느꼈던 공포와 억압적인 정치현실을 해골로 표현한 것으로 격렬한 붓질로 해체된 해골 형상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불안, 공포와 같은 감정들을 나타내게 된다.
해골의 표현이 '선'으로 옮아간 '하늘, 선 시리즈'는 가장 추상적인 조형의 표현으로서 선을 통해 일상의 정물, 인물, 산수, 해골 등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과 소재를 넓혀가는 도약대가 된다. 선은 나누거나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 구상의 내용을 드러내거나 숨기는 등 다양한 조형 요소로 발전한다.
이러던 중 작가는 1995년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를 계기로 화폭에 사회 현실을 반영하게 되는 '사회현실을 반영한 지하철 시리즈'로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고로 촉발된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과 같은 현실의 고통이 작품에 표현됐고 형식적으로는 사실적 내용에 추상의 선을 덧대어 현실 문제를 관조하게 된다. 그는 사회의 상처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작품으로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려고 했던 것이다.
2010년대에 이르면 작가는 해골 설치 등 매체의 다양화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해골 시리즈가 닥을 이용한 속이 빈 해골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입체와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을 거듭하게 된다. 초기 해골이 개인과 사회의 심리나 감정의 관점에서 출발했다면 후기 해골은 종교적 철학적 상징으로 넓혀지게 된 것.
작가는 죽음의 상징인 해골에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인류의 삶과 연속하는 시간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대담한 스케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 장소는 대구문화예술회관 1~5 전시실이며 9월 21일(토)까지 열린다. 문의 053)606-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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