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 밴드 (2) 데이식스

입력 2019-08-23 18:00:00 수정 2019-08-23 19:08:15

데이식스. 왼쪽부터 Jae, 성진, 도운, Young K,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데이식스. 왼쪽부터 Jae, 성진, 도운, Young K,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는 누가 뭐래도 '흑인 음악'에 특화돼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 본인이 자신이 다루는 음악 대부분이 흑인 음악들 중에서도 소울, 리듬앤블루스에 특화돼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이돌을 키우면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도 받아들이고,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JYP의 뿌리는 '흑인 음악'이며 '댄스 음악'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런 JYP에서 밴드인 '데이식스'를 데뷔시킨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다. '데이식스'는 2015년 'Congratulations'(컨그래츄레이션스)로 데뷔한, JYP 산하 아티스트레이블 Studio J의 보이밴드다. 산하 레이블이긴 했지만 JYP에서 처음으로 밴드가 나온다는 사실에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록 음악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밴드가 나왔으니 당연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이 가득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런 시선을 데이식스는 대부분 정면 돌파해 왔다. 데이식스는 소속만 JYP 산하 레이블일 뿐 기존 JYP의 음악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 초창기에 발표했던 '놓아놓아놓아'나 '반드시 웃는다'를 들어보면 '이게 무슨 아이돌 밴드 음악이야, 그냥 밴드 음악이구만'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진지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데이식스는 여타 다른 아이돌처럼 예능이나 TV를 통해 팬들을 만나기보다는 공연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홍대 클럽에서 많은 공연을 펼쳐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데이식스가 올해부터는 쌓아온 역량을 터트리는 모양이다. 미니 5집 'The Book of Us: Gravity'(더 북 오브 어스: 그래비티)의 타이틀곡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데이식스에게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줬다. 실제로도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어떤 평론가는 "이 노래는 무한궤도가 부른 '그대에게'의 2019년도 버전"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여름이 다 지나가는 마당에 들어도 너무나 잘 맞는 노래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주에 이야기했던 엔플라잉과 오늘 이야기한 데이식스가 '아이돌 밴드'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선배 아이돌 밴드인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엔플라잉, 데이식스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아마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좀 더 많이 가져가는 쪽으로 기획됐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주목은 천천히 받았을지언정 음악적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대중적인 록 밴드를 얻었다는 점에서 두 팀은 충분히 존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밴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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