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요즘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의 무역 제재에 민간 차원의 대응이 매우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도 일본으로 가는 한국 관광객 숫자가 줄어들거나 일본 맥주나 의류 브랜드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각종 일본 관련 제품을 정리해놓은 '노노재팬 닷컴'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일본 제품 브랜드는 약 138개에 달했습니다.
제가 '노노재팬 닷컴'을 보면서 놀랐던 가장 의외의 일본제품이 바로 '내친구 호비'였습니다. '내친구 호비'는 일본 학습지 회사인 베네세 코퍼레이션에서 제작한 유아용 통신 교육교재의 주인공이라네요. 원래 제목은 '줄무늬 호랑이 시마지로'구요, 아무래도 '호랑이'하면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별 거부감 없이 '아, 우리나라 캐릭터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중문화 쪽은 어떨까요? 사실, 지금의 대중문화 시스템 중 일부는 일본에 빚지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80, 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본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을 몰래 베껴서 만들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부문이 있다면 바로 아이돌 문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연습생 시스템부터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과정 대부분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일본 쟈니스 사무소의 시스템을 받아온 것이 큽니다. 쟈니스 사무소의 대표적인 가수로는 일본 국민 아이돌이었던 '스마프',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아라시' 등이 있습니다. 아마 2000년대 초 일본 아이돌을 좀 찾아봤던 분들이라면 아주 친숙한 이름들이실겁니다. 그리고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작할 때부터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AKB48의 총선거를 흉내낸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대중문화 측면에서는 현재 일본을 배척하는 흐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불매운동 초기에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에 대한 퇴출 요구가 있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가 미운 거지 걸그룹 일본인 멤버가 미운 게 아니다"라는 게 대다수 대중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인터넷 상에서 아이돌 멤버 중 일본인 멤버를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이 왜 생겼을까요? 저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일본 대중문화와 교류하면서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간 데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앞선 부문은 음악 부문일 겁니다. 당장 세계 유일의 '방탄소년단 보유국'이 우리나라이지 않습니까. 아이돌 육성의 원천기술 보유지인 일본을 앞질렀다는 인식은 지난해 '프로듀스 48' 소속사 평가 때 확인을 하기도 했죠. 영화의 경우도 '기생충'이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애니메이션과 같이 격차가 큰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일본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한일간 무역 전쟁으로 국민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이 골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일본'이라는 큰 대중문화 시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문화 사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가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일본은 한류의 대상이 되는 주요 국가 중 한류심리지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국가에 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류의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이번 일본의 무역 제재가 한류를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 진출에 타격이 없거나 적길 바랍니다. 이화섭의 아니면말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maeil.com/photos/2019/08/13/2019081318060854570_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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