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치매일까? 증상과 예방 어떻게

입력 2019-08-21 18:00:00

강아지 치매 예방으로는 산책이나 노즈워킹이 좋은 방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아지 치매 예방으로는 산책이나 노즈워킹이 좋은 방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평생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우리집 강아지가 어느 날 말귀를 못알아듣거나 사납게 변한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아지의 수명은 사람의 6분의 1정도로 10살이 넘어가면 노령견으로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재롱부리는 아이가 아닌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 변한다. 노인에게 치매가 찾아오듯 노령견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강아지 치매,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할까.

◆사례1)갑자기 대소변을 못 가린다면

달서구에 사는 이옥화 씨는 동네에서 '강아지 아줌마'로 불린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간 할머니 강아지 '이쁜이'부터 엄마 '봉구' 그리고 외동딸 순둥이까지 17년 째 요크셔테리어 3대를 키우고 있다. 외출할 때면 항상 강아지들을 데려나가 산책을 시키고, 좋은 음식은 다 나누어 먹었다. 강아지가 먹어도 좋다는 브로컬리, 양배추 그리고 오래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산삼을 준적도 있다.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제외하곤 뭐든지 다 먹였다.

강아지는 수명이 10년 언저리라고 생각했는데 두 마리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봉구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는데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옥화씨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대소변을 아무데나 누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끙끙대고 장롱이나 침대 아래 어둡고 구석진 곳에만 찾아다녔다.전형적인 '강아지 치매' 증상이었다.

나이가 많아진 탓에 뒷다리 관절도 약해져 잘 걷지 못하고 휙 쓰러지기 일쑤였다. 봉구는 저녁만 되면 끙끙대고 소리를 질렀고 옥화 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봉구는 동물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사례2)같은 자리만 돌고 소리를 지른다면

강아지 다섯 마리와 생활하는 김종형(포항) 씨는 치매 강아지만 세 마리째 돌보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김 씨의 가족은 유기견 봉사를 다니면서 한 때 12마리를 데려다 키웠지만 수명이 다 된 강아지는 죽고 지금은 다섯 마리가 남았다.

얼마 전 오랜 기간 치매 증상을 겪던 강아지 한 마리를 저 세상으로 보낸 김 씨는 최근 열다섯 살 시추 초롱이가 비슷한 행동을 보여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초롱이는 언젠가부터 방향 감각이 둔해지고 시력이 급속히 나빠져 가구 모서리나 벽에 머리를 박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전형적인 강아지 치매 증상인 같은 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서클링 행동을 심할 때는 30번 이상 반복하기도 했다.

"보는 사람도 어지러운데 본인이야 오죽할까요? 치매 강아지는 지켜보는 사람도 너무 고통스럽게 해요. 아픈 걸 아는데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사람 치매환자 돌보듯 밥을 떠먹여주고 배변실수를 하더라도 혼내지 않고 치워주기만 합니다." 나이가 많은 초롱이는 MRI를 찍을 체력도 없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향정신성 약물로 진정시키는 치료만 반복하고 있다.

◆강아지 치매 증상

봉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강아지도 나이가 많아지면 뇌 기능이 퇴화하고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 치매 환자와 마찬가지로 노령견이 식욕은 평소와 똑같은데 행동에 변화가 있다면 치매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10살이 넘은 강아지는 노령견으로 분류되는데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60살 전후로 볼 수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박순석 원장은 "노령견은 더 이상 재롱을 부리고 즐거움을 주는 강아지가 아니라 보살핌을 받고 항상 주의를 기울일 대상이 된다."고 노령견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강아지의 치매 증상은 두 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인지능력이 떨어짐으로 인한 행동장애가 그 중 하나다. 가장 큰 행동 변화는 익숙한 환경이나 사람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령견에게 치매가 찾아오면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사나운 모습을 보인다. 으르렁거리며 짖거나 할퀴는 등 공격성을 드러낸다. 또한 평소에는 잘 알아듣던 명령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치매 증상의 종류이다.

초롱이의 경우처럼 강아지가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즉, 서클링을 반복한다면 이미 치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강아지가 산책을 가자는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치매 상태가 매우 심각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치매 강아지가 경험하는 증상에는 신체적 장애도 있다. 뇌 활동이 정상적이지 않아 동반되는 후유증 정도로 볼 수 있다. 뇌 기능의 저하는 운동 신경세포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활동이 줄어든 강아지는 근육이 퇴화하면서 보행 장애가 뒤따르는 것이다.

◆강아지 치매 예방 및 치료

강아지의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산책이 필수이다.산책은 냄새맡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량을 늘려줘 튼튼한 몸을 만들기도 하지만 강아지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고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뇌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노즈 워크(Nose Walk)도 강아지 치매 예방에 탁월한 운동 방법중 하나이다. 신문지로 꽁꽁 싸맨 간식을 강아지에게 던져주거나 담요 아래 간식을 넣어 두고 스스로 찾아 먹게 하는 놀이이다.

강아지의 평소 체중관리도 중요하다. 사람에게도 비만이 질병의 근원이 되지만 운동신경이 둔한 강아지는 항상 쳐져 있고 신진대사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체중관리를 위해서는 꾸준한 산책과 야채류 위주의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채류 간식으로는 파프리카, 익힌 토마토, 양배추, 브로컬리 등이 좋은데 야채는 강아지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먹을 것을 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가만히 앉아있는 강아지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는 것보다는 운동을 하거나 특정한 명령을 수행했을 때 보상 개념으로 주는 것이 좋다.

노령견이 아무 대나 배변을 하거나 산책을 하자는 말에도 대꾸가 없다면 치매 예방단계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치매 증상으로는 서클링, 호전적인 행동 등이 있는데 강아지 스스로도 제어가 어려워 소리를 지르거나 잠에 들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강아지라면 뇌 세포의 노화방지를 위한 항산화물질의 영양제를, 수면장애나 경련이 있는 강아지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상태가 완화된다.

도움말.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박순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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