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전문가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입력 2019-08-17 02:30:00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전문가라는 의미의 한자어는 선비 사(士)이다. 우리 주위 직업군에서 그 분야 전문가를 모두 다 士자로 칭한다. 석사, 박사, 변호사, 의사, 기술사는 물론 일반 기능직 분야에서도 미용사, 기능사, 요리사, 강사 등 수없는 전문가를 통칭하여 士라 부른다.

먼저 한자에서 말하는 전문가인 士의 의미를 분석해보자. 士란 글자는 十(10) 자에 一(1) 자를 합한 글자이다. 전문가란 의미의 士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한 가지(一)를 들으면 열 가지(十)를 안다는 聞一知十(문일지십), 다른 하나는 열 가지(十)를 하나(一)로 묶을 수 있는 推十合一(추십합일)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聞一知十은 똑똑한 사람들을 일컬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속담과 같이, 상당히 뛰어난 기능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어릴 적 신동이나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유형이다. 과거에는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빨리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識者(식자)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왜냐하면 결국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를 정보의 비대칭 구조 속에서는 경쟁력이자 경제적 가치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문화가 요구되는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미국의 헨리 포드가 주창한 3S 운동(제품의 표준화, 부분품의 단순화, 작업의 전문화)에 필요한 인재형이 聞一知十型(문일지십형)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 내지 정보보다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즉 AI가 훨씬 방대하고 깊은 지식이나 정보를 많이 알고 잘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지식, 정보를 많이 알고 처리할 능력을 가진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요즘 빅데이터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推十合一의 전문가를 요한다. 즉 열 가지의 다른 지식이나 정보를 하나로 묶어 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각자 다른 기능들을 한곳에 모아 인간이 가장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을 개발한 推十合一의 상징적 인물이다. 각각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재능들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융합이나 통합의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옛날에는 어느 한 분야에 한 가지만을 잘해도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고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라도 열 가지를 묶어 하나로 통합해 낼 수 있는 멀티 사고와 기술이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의 지식 전달 위주의 암기형 교육에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인간을 위해 유익하고 효율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느냐에 중점을 둔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학원이나 학교 교육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융합 내지 통합형의 미래형 전문가의 개념으로 교육 및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 계산이나 반복은 기계가 훨씬 뛰어난 수준으로 잘하기 때문에 굳이 인간을 교육해 경쟁시킬 필요는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문가의 개념도 지식이나 정보의 양으로 승부하는 聞一知十의 과거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推十合一의 미래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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