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옥 소설가
연육교를 지나면 하조도다. 새가 무리 지은 모양새라고 '조도'로 불리는, 조도군도의 어미 섬에 해당하는 섬이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잔물결을 밀고 들어오는 모습이 긴 드레스 자락을 끌고 오는 귀부인 같았다. 물결이 잔잔해서 바닷물이 실어 나르는 퇴적물로 갯벌이 잘 발달되어 있고, 여러 개의 만이 모여 천연양식장을 형성하는 바다의 귀한 텃밭이라던가. 맑은 갯내와 신선한 파래향기가 바람에 실려 다녔다.
굴 양식장 가까운 해변에서 두 사람이 패각을 깨고 있었다. 끝이 뾰족한 괭이로 맞붙어 있는 패각을 분리했다. 꽃 핑크색 바람막이를 입은 아주머니에게 패각을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니 씨를 심어서 바다로 보낸다고 했다. 씨를 담은 패각이 일 년 후에 석화가 되어 돌아온다며, 멀쩡한 것은 씨를 심는데 쓰고 부서진 것은 잘게 다져서 거름으로 쓴다고 했다, 하늘이 회색빛으로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요란하게 엔진소리를 내며 다가온 경운기가 멈추었다. 경운기에 그물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 사람은?' 물음에 그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자는 것을 보고 살짝 나왔다 했다.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어렸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모든 나날을 축제로 체험한다.'고 한 사람이 롤랑 바르트였던가. 나날을 선택받은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살아 있는 것이 기쁘고말고. 아내가 오수를 즐기는 게 그리도 좋은지,행복에 부풀은 청년이 바다를 가리키며 두 물이 들어온다고 딴청을 부렸다. 바닷바람에 그은 투박하고 순박한 부끄러움이 예뻤다. 경운기의 그물을 만지며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바다로 간다고 했다. 굴 양식만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물을 갖고 바다로 간다고. 외지고 척박한 바닷가의 삶은 한 가지 직업으로 살 수 없게 한다. '엄니, 나 갈라네.' 하고 청년은 경운기 시동을 건다. '그려. 열심히 해야 각시 멕이살리쟈잉.' 어머니는 일손을 놓고 아들의 경운기가 저만치 멀어지도록 쳐다보았다. 아들이 올해 장가를 들었다면서 며느리가 빨리 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랑에게 말을 배우는 중이라며,잠깐 눈 붙이는 것을 보고 몰래 나왔다고 했다. '새 사람이 들와서 좋쥬이.' 굴 양식장의 설치물 아래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다. '저것이 우덜 밭이랑게요. 저기서 굴을 키워 애들 공부시켰어라.' 감태가 파랗게 덮인 그 녹색 바다가 섬사람들의 기름진 밭이었다. 갈매기가 끼륵대며 날고, 바다에 감태가 자라고, 산밭에 시퍼렇게 콩대가 자라는 거기, 바닷가 아낙네의 가슴에 숭고한 사랑이 자란다. 장정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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