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잉여현실] 갈등하라! 그러면 힘이 커진다.

입력 2019-08-12 18:00:00 수정 2019-08-12 20:02:54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갈등은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밖에서도 일어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나의 자발성과 고정관념(내면화된 사회문화적 의식과 관습)이 부딪혀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이다. 내적인 갈등은 행위하게 하고 외적인 갈등은 삶을 변화시킨다. 모든 갈등은 에너지이며, 피하지 않고 이겨나갔을 때 우리는 지혜와 힘을 얻는다. 물과 대지의 뜨거움이 바람과 구름을 만들고 구름과 구름이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듯.

용기를 내어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하는 순간, 에너지를 불러온다. 잘못된 흐름을 깨고 새로운 물줄기로 내가 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유진(가명)이는 사촌 오빠한테 어린 시절 4년간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고, 사춘기가 지나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유진이의 편에 섰지만, 일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처음엔 일부를 시인하다가, 그냥 거기에 유진이가 있어 스친 것이라고 말하는 당사자의 거짓과 부정, 그 아이는 그럴 리가 없다며, 앞날이 창창한 청년을 범죄자로 만들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말리고 달래는 할머니와 친척들,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 엄마의 슬픔과 고통들이 유진이를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 분란의 원인이 참지 않고 말한 자신인 것 같고,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증명해내야 하는 분노와 불안함이 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말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분란의 시작은 가해자인 사촌 오빠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면, 그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회복과 아이들을 잘 만나고 싶어 평화학교에 온 교사들, 성폭력 생존자들과 여성단체 활동가들. 우리는 함께 갈등과 혼란을 지혜와 힘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다. 때로는 움직임으로 때로는 분노의 표출로, 경험을 나누고 그림자 속에 빛나는 보석을 캐고 긍정성을 찾아갔다.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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