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4시 '끝판대장' 오승환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 입성했다. 검은색 마세라티 차량 뒷좌석에서 내린 오승환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라팍 1층 로비로 들어섰다. 낮 최고기온 35도의 무더위에 취재진의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까지 받은 탓인지 "어휴 엄청 덥네요"라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첫 라팍 방문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이 라팍을 나갔다 다시 들어온 사연은
오승환의 실제 라팍 도착 시간은 앞선 오후 2시 30분쯤. 이날 아침 서울에서 차량으로 출발한 오승환은 예상보다 일찍 라팍에 도착했다. 오승환은 라팍 내 모처에서 조용히(?) 대기했고, 오후 4시가 되기 전 라팍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오승환의 라팍 도착 장면 촬영이 필요했던 취재진을 위해 일종의 연출을 해준 셈이다.
오승환은 곧바로 감독실로 향했다. 삼성 김한수 감독과 오승환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 시즌 동안 덕아웃 동료로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함께 손가락에 꼈다. 감독과 선수로 재회한 두 사람은 비공개로 약 1분여간 대화를 나눴다. 이어 코치실로 이동해 김태한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도 복귀 인사를 건넸다.
오승환이 코치실을 나오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윤성환이 "야 반갑다"라며 인사했다. 1981년생 윤성환은 1982년생인 오승환보다 한 살이 많고, 삼성에서의 프로 데뷔도 마찬가지 한 시즌 빠른 2004년에 했다. 덕아웃을 통해 그라운드로 나와 라팍을 잠시 둘러본 오승환은 마지막으로 4층 프런트 사무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오승환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팍 기자회견장의 문이 열린 건 2017년 11월 30일 강민호 입단식이 열린 이후 2년여 만이다. 오승환의 삼성 복귀가 전국적인 관심사임을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에는 20여명의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과부터 한 오승환
오승환은 질의응답에 앞서 "저는 2015년 도박 사건으로 현재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있다. 저를 아껴주셨던 팬들께 실망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일이 있고 나서 후회하고 반성했다. 해외 활동으로 인해 이제야 징계를 받는데 앞으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오승환은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홈 유니폼을 착용한 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올해 부상으로 체중이 줄어든 탓인지 옷은 다소 커 보였다. 라팍의 첫인상에 대해 오승환은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다. 라팍을 보자마자 많이 흥분된다"며 "빨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해외 생활 6년 동안 삼성과의 추억을 떠올렸느냐는 질문에 "특히 우승했던 순간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우승을 확정짓는 마무리투수이다 보니까 더 그렇다"며 "앞으로는 삼성의 새로운 우승 장면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해외에서 느끼고 배웠던 점을 후배들과 교감하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및 재활과 관련해 오승환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은 "13일에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앞두고 있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며 "그렇다고 지금 바로 공을 던질 순 없지만 수술 후 내년에 복귀를 위해 열심히 재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라팍에서 처음으로 울려 퍼진 '라젠카, 세이브 어스'
기자회견이 끝나고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관람한 오승환은 5회말 종료 후 클리닝 타임 때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대구시민운동장 시절 오승환의 등판을 알렸던 '학교 종소리'와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라팍에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전광판에는 오승환의 '삼성 왕조' 시절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2만159명의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오승환을 반겼다. 일부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원정팀 KIA 덕아웃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오승환은 삼성 임대기 대표이사로부터 유니폼과 모자 그리고 환영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기념촬영을 끝낸 오승환은 3루 홈 관중석 앞으로 이동해 대구팬들에게 공식 복귀 인사를 했다.
오승환의 첫 마디는 "안녕하세요.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입니다"였다. 이어 "더운 날씨에도 많이 찾아와 환영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정말 열심히 해서 내년에 이곳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승환의 입에서 '한국시리즈'란 말이 나오자 라팍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이날 오승환은 출장정지 징계 중인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살짝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내년 5월초 오승환의 실제 등판까지는 9개월여가 남았지만 라팍은 '끝판대장'이 복귀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로 벌써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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