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는 인사 철이면 인사과 직원보다 더 바쁜 이가 있다. 바로 5급 이상 승진자와 각종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의 임용장을 작성하는 연민호(53) 서예가다.
그의 붓끝에서 도지사의 승진과 보직 영이 선다. 그래서 2014년 6월 부임 이후 한 해 수백 장의 임명장에다 혼을 담아내고 있다. 국선 서예 심사가이기도 한 그는 지금도 현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서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경북도는 2014년부터 5급 이상 승진자나 산하 출연기관의 주요 보직 인사 때 임금님 교지처럼 두루마리 임용장을 주고 있다.
7일 오후 찾은 연 서예가의 도청 작업실에는 벽마다 한글과 한자가 빼곡히 적힌 한지로 가득했다. 벽면 한쪽에 붙어 있는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붓이 걸려 있었다. 대형 벼루와 먹도 검은 자태를 뽐내며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예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순간의 예술입니다."
연 씨는 뼛속까지 서예 DNA를 갖고 있다. 유년 시절부터 한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했다. 병역도 모필병으로 마쳤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재 경북 구미에서 서방을 운영하며 후학도 양성하고 있다. 항상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글자를 써내려 간다.
경북도 정기 인사 외에도 수시 인사,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의 주요 임명장 등이 모두 연 씨의 붓끝을 거친다. 한번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온 가족이 여행을 갔다가 경북도 수시 인사가 나는 바람에 급히 되돌아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보람은 어느 직업보다 크다. 사무관 승진은 공무원 한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명예이다 보니 임명장의 글자마다 정성을 들인다. 작품(?)을 받아든 공무원이 가보처럼 소중히 임명장을 다룰 때가 가장 기쁘다.
대대로 보관할 수 있도록 임명장의 품질과 격조도 한껏 높였다.
임명장에 쓰이는 한지는 1천 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안동 풍산 한지를 쓰고, 인주 또한 광물에서 채취한 바래지 않는 인주를 사용한다. 임명장을 보관하는 케이스도 오동나무로 만들어 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과 학문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내면을 표출하는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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