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일본제국주의

입력 2019-08-07 11:32:26 수정 2019-08-07 16:41:10

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모든 사람이 탐욕의 종이 되어서 죄를 짓는다. 인간의 탐욕이 집약된 것이 제국주의다. 제국이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제국이 되려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서로 다른 문화와 민족을 지배해야 한다. 둘째, 제국은 마음만 먹으면 제국의 체제와 정체성 속에 더 많은 국가와 영토를 포함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문화적 다양성의 흡수와 국경의 확장성이다.

근대 후기의 제국들은 이것을 위해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했다. 근대 제국주의의 최대 거짓말은 '개발 논리'다. 식민지에 전기시설, 통신시설, 철도, 항만시설, 공장, 원치도 않는 차관까지 주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느냐고 주장한다. 낙후되었던 식민지에 근대문명을 가져다주어 개발을 해주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설비가 식민지 자원을 본국으로 송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설치되었다. 개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착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국주의는 인류의 가장 암울한 그늘이다. 개발 논리는 탐욕을 정당화하는 거짓말이다. 인류는 탐욕의 죄악성을 고백하고 탐욕에서 돌이켜야 한다.

일제는 식민지 재정 기반 확충과 수탈을 위한 토대 구축의 핵심 사업으로 토지조사 사업을 진행했다. 토지의 소유권, 지표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지질조사를 통해 지하자원까지 모두 갈취하겠다는 철저한 탐심의 실현이었다. 토지 수탈, 식량 수탈에 이어 금융업, 광업, 군수산업을 통해 수탈했다. 젊은이들을 강제 징병, 강제 징용, 종군 위안부로 몰아세웠다.

일제는 자연의 혼까지 죽이겠다고 전국의 산봉우리마다 쇠막대기를 박아놓았다. 민족혼을 말살하겠다고 한글 사용 금지, 일본식 이름 개명, 역사왜곡,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가상의 존재인 드라큘라는 피를 빨아먹지만, 실재하는 제국주의는 드라큘라보다 더 잔혹하게 뼛속도 빨아먹고 그것도 부족해서 영혼까지 빨아먹는 존재였다. 일제의 만행을 나열하면 그야말로 식민지 착취의 백과사전이 된다. 여기에 잔혹한 전쟁 범죄들이 더해지면 인류가 지을 수 있는 모든 죄악의 목록에 근접할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선악과가 제국주의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이 제국주의적 갑질을 또 시작했다. 역사도 정치도 경제도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것이다. 기업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도 구매자가 있어야 상품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회사인 한국 회사가 성실하게 구매해주어서 일본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가 갑자기 수출에 제약을 준다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고,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포용력과 개방성이 있는 나라는 번성하고, 성을 쌓고 방어적이며 배타적인 나라는 망한다고 한다. 가장 가깝고 가장 큰 유익을 주는 이웃을 원수로 여기고,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로지 남에게 더 큰 피해를 주려고 하는 것은 분명한 쇠퇴 현상이다. 아시아의 리더십에 변화를 바란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일본을 방문하여 공식연설을 하면 단골 주제가 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다. 정작 일본인들은 이 말이 자신들을 비웃는 조소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일본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다른 수준에서 결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반응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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