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어느 술자리에서 왜 예술을 하는가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기 삶에 보람과 성취를 이야기 하는 이도 있고, 사회에 대한 반응과 변화의 요구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 하는 이도 있고, 암울했던 시대처럼 '요즘 예술은 죽었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면서 각자 타인에게 '내려놔야 한다'를 반복하며 자기의 뜻은 굽히지 않는다. 예술행위를 내려놓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왜 자꾸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일까?
나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장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예술에 있어서 현장이라 함은 예술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진행형인 환경, 즉 직접적인 예술 행위자의 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에서 끈임 없는 자기의 성찰과 고민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고 어느 순간 성취하기도 하고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긴 여정이나 순간을 통해 현장 예술가는 탄생되고 지속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예술의 형태를 취하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개념과 '무'라는 예술의 철학적 개념을 동시에 수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갈구하는 무언가를 향해 항상 비워두어야 채울 수 있다'로 귀결 시킬 수 있겠다.
최근에 들어 현장 예술가에서 예술행정가나 예술경영가로 변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가의 삶보다는 예술행정가의 삶이 우대되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너도 나도 어떠한 자리를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시기와 질투가 반복된다. 현장예술가의 사회에 대한 시선과 비판이 중요시되기 보다는 예술행정가의 시선과 안목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가치의 삶 보다는 명예와 권력에 대한 줄서기가 우선시 되는 (이는 여느 시대나 똑같지만) 침묵 아닌 침묵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할 텐데 괜히 나서서 낙인찍히는 것, 그것이 두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그래서 모두들 가만히 있다. 모두들 기다리고만 있다.
예술은 움직임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향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향함에 있어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예술의 가치에 대한 움직임과 자기의 명예와 권력에 대한 움직임 그래서 내려놓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명히 구 분해야 할 것이다. 예술로 정치를 하려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몇 년 전 한 단원이 나에게 말했다 "대표님! 내려놓으세요. 괜히 나서봤자 누가 알아 주겠어요?" 그때 난 "야! 내가 내려놓을게 있어야 내려놓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이 말을 실감한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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