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숫자에도 품질이 있다.

입력 2019-08-05 18:00:00

외환 보유고의 양과 질
무역 전쟁에서 이기려면
현금성 자산 더 늘려야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한국과 일본의 무역 전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본이 무역과 직접 관련 없는 강제징용 보상 판결을 핑계로 생떼를 부린 것이 사태의 발단이란 사실에 이론이 없다. 무력이든 무역이든 금융이든, 벌어진 전쟁에서는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전쟁 시나리오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모든 전쟁에는 현금이 중요하다. 악몽 같은 22년 전 IMF 외환위기도 일본이 자금을 빼내 가면서 시작됐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맞춰봐야 할 숫자가 있다.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7월 말 현재 4천31억1천만달러다. 1997년에 비하면 20배가량 되니 양만 보면 제2의 IMF 위기는 절대 없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양보다 질에 있다. 보유 외환 가운데, 급할 때 동원할 수 없는 유가증권이 3천720억달러로 92.3%다. 현금성 자산은 예치금 202억2천만을 비롯해, 금, IMF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SDR), IMF 포지션을 합해 모두 310억9천만달러다.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7.7%로 너무 낮은 것이다. 지난 2일 코스피가 7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9원50전이나 폭등한 것도 이런 불안감의 반영이다. 다행히 지난 두 달 사이 유가증권은 37억7천만달러 줄고, 현금 예치금은 45억3천만달러 늘었다.

나는 한국의 기초과학이 일본보다 10년도 아니고 50년 뒤졌다는 극단적 비관론은 믿지 않는다. "이번에는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는 결의와 기개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언제는 "져 주겠다" 결의한 뒤 나라 잃고 불평등 협정 맺었나? "지지 않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면, 치밀한 행동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기초과학 발전과 소재 개발, 외환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여의치 않으면 철수했다가 후일을 기약하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2차 대전 당시 덩케르크에서 후퇴한 영국이 독일을 쳐부순 것처럼.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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