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경 대응보다는 사태 해결이 먼저다

입력 2019-08-03 06:30:00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단호하게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정면충돌 상황에 직면했고, 이대로 가다간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 한국과 일본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든 것은 양국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무대책 때문이지만, 애꿎은 기업과 서민들만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음으로써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불퇴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기적 민폐행위' '인류 보편적 가치 위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맞대응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외교적 해결은 요원할 것 같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흐른 데는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에 연결시킨 일본의 조치가 원인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잘못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자 대법원 판결에 대해 외교적 교섭을 벌일 노력은 하지 않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치한 실책이 분명히 있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이 크다고 해도, 일본이 글로벌 자유무역의 경제 원칙을 위반하는 금도를 깬 것은 국제사회에서 용납받기 힘든 일이다. 일본의 조치가 이 기회에 한국의 미래를 가로막고자 하는 조잡한 술수이자 비겁한 행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밉고 문 대통령이 싫다고 해도, '우방국 지위 박탈'이라는 극단 처방을 한 것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짓이다. 태평양 전쟁의 참화를 일으킨 일본이 반성하기는커녕 아직까지 전쟁 전의 미몽에 휩싸여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한국 내에서 이 사태를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일본의 공격이 시작된 만큼 단결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한일 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르지 않은 만큼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여론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움질하는 것을 즐길 곳은 일본 정부뿐이다. 문 대통령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사태 해결에 주안점을 둬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내부 단결을 위해 포용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적극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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