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학종의 출발과 끝은 독(讀)종(種)에 있다

입력 2019-08-05 06:30:00

김창식 대구진협(영남고 진학부장)
김창식 대구진협(영남고 진학부장)

보름 전쯤의 일이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지만 여름방학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영남고 졸업생들 중 수도권 대학이나 의예과에 재학 중인 학생 10여 명을 모아 '대학생과 함께 하는 진로진학멘토링' 행사를 진행했다. 3학년뿐 아니라 1, 2학년 재학생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졸업생들은 후배들에게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던 중 재학생과 지도 교사들을 당황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졸업생 한 명이 후배들에게 수능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독서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강조한 것이다. 그는 수능 공부에 매진,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이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수능을 잘 쳐서 서울대에 합격할 수는 있겠지만, 수능 점수가 합격 이후의 전공 공부에까지 연결되기는 무척 어렵다. 학문을 익히고 깊이 탐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후배 여러분이 수시든 정시든 구분 없이 평상시에 책읽기에 전념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 졸업생의 말처럼 사회의 동량(棟梁)이 될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길러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다름 아닌 독서 능력이라고 얘기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수시 모집, 그중에서도 수도권 상위 대학에서 대세인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한 마디로 '학생부종합전형, 즉 학종은 독종'이다. 여기서 '독종'은 '성질이 매우 독한 사람'이라는 뜻의 독종(毒種)이 아니라 '읽을 독(讀)', '종류 종(種)'을 결합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다'라는 의미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고민해보는 것만큼 지식의 폭의 넓히고 깊이를 심화하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면접관으로 임했던 입학사정관들의 말을 빌리자면, 독서량이 많은 학생일수록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만의 내면화된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답변을 막힘없이 쏟아낸다고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현재 1학년의 경우에는 독서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주목받게 된다. 수업 중의 학생 활동에 대한 기록을 통해 학업 역량이나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이 추가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애쓴 흔적인 독서 활동의 내용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 재학생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 학과나 관심 분야에 관한 독서에 매진해야 한다.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은지 묻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이 '서울대는 필독서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책 가운데 그 책이 자신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가 중요하다.

김창식 대구진학지도협의회(영남고 진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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