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 발상은 포스코의 정부 바라기?

입력 2019-07-30 16:35:15

경북부 박승혁
경북부 박승혁

포스코교육재단이 18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자사고인 포항제철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학교운영 예산절감방안을 보고했다는 매일신문 보도(25일 자 8면) 이후 반향은 컸다.

포항시와 시의회 등은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고, 언론은 포스코가 운영하는 인천과 광양 학교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물론 '보편(평등)교육 실현'이라며 이를 반기는 논평도 나왔다.

인재 유출이든 보편교육 실현이든, 중요한 것은 재단 설립의 합목적성과 운영 변화과정의 투명성이다.

재단은 포스코 설립 당시 기치로 내건 제철보국과 함께 교육보국 실현을 위해 설립됐다. 당시 경북도교육청에게 포스코 회장이 지원 및 운영을 잘 하겠다며 직접 각서까지 써서 인가받은 재단이다. 고(故)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의 설립정신과 여러 회장의 굳은 약속이 더해져 탄생한 재단이 최근 최 회장 입김에 '풍전등화'다.

10개월 전인 지난해 9월로 돌아가 보자.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 자녀가 아닌 포항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재단 내 학교를, 그것도 이미 의무교육이 된 초·중학교에 회삿돈을 지원하는 게 맞지 않다며 공립화 의중을 드러냈다.

재단은 초·중학교의 공립화는 고민하되 미래 지역 경쟁력이 될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고등학교는 집중 지원을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도 공립화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자, 재단은 4월 공립화 전면 유보를 선언했다.

7월이 되자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포철고의 일반고 전환이다. 포철고는 올해 자사고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학생모집과 대학진학도 잘 되고 있다. 자사고 운영에 모자람이 없는데 왜 굳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걸까.

일반고 전환에 따라 60억원 가량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 돈 때문이라면 포스코 앞에 붙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패부터 떼야 할 것이다.

재단 소속 한 교사는 "포스코가 자사고를 버리는 '자진납세'로 정부에 잘 보이려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환경, 안전 등 포항을 담보로 포스코가 운영됨을 생각하면 교육사업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정 바꾸고 싶다면 이번 정부가 선호하는 공론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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