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賊反荷杖(적반하장):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

입력 2019-07-29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주인에게 대든다는 뜻이다. "도둑놈이 도둑이야 한다"는 속담과 같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적반하장(賊反荷杖)은 중국의 병서 '삼십육계'(三十六計) 가운데 반객위주(反客爲主)에서 왔다. 이 계략은 동맹군끼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술수로 쓰였다. 수동적인 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후한(後漢) 말의 군벌 원소(袁紹)는 한복(韓馥)과 함께 동탁(董卓)을 토벌한 동맹지우(同盟之友)이다. 원소는 하북(河北)에 웅거, 패권을 꿈꾸며 세력을 키우다 보니 군량이 부족했다. 곡창 지역 기주(冀州)에 있던 한복이 사정을 알고 식량을 보내 주었다.

원소는 군량을 채우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기주를 차지하기로 했다. 먼저 유주(幽州) 군벌 공손찬(公孫瓚)에게 편지를 보내 함께 기주를 치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주를 노리고 있던 공손찬은 바로 원소의 요구에 응했다. 원소는 다시 몰래 기주에 사람을 보내 한복에게 공손찬이 기주를 노리고 있으니, 같이 대적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원소는 기주에 주둔하게 되었고 중요한 곳에 자기 부하를 심었다. 한참 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한복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기주에서 도망 나왔다. 원소는 반객위주의 계략으로 곡창지 기주를 차지했다. 이런 배은망덕도 없을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적반하장'이 많다. '고유정 사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공' 등등이다. 하나같이 도둑이 큰소리치는 꼴이다. 한일은 잘 구성된 분업체제로 서로 이익을 누려왔다. 일본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갔다.

그런데 일본이 갑자기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 큰소리치고 있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도둑이 매를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자신이 도둑인 줄을 알도록 더 큰 매를 들어야 한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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