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의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탄도미사일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고 했다.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앞장서 제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종합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을 감싸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왜곡 해석이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공중에서의 남한에 대한 적대행위'이다. 김정은 스스로 "남조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합의'에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합의'의 축자적(逐字的) 해석으로 북한의 적대행위를 없었던 일로 덮으려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식이라면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위반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무장공비를 침투시켜도, 잠수정으로 우리 영해를 침범해도, 심지어 핵실험을 해도 마찬가지다. 합의는 이런 도발을 적대행위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청와대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청와대 식으로 '합의'를 해석한다면 문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군사합의에 왜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적대행위를 일일이 명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으니 합의 위반은 아니다'는 우리가 아니라 김정은이 할 소리다. 이러니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의 '해석'은 문재인 정부는 남한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김정은을 위한 정부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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