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하 경북대 명예교수
최근 대구시는 4개 구군의 시청 유치전으로 뜨겁다. 올 4월 출범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는 신청사의 기본 틀을 제시하지 않고, 12월 시민참여단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그 입지를 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청은 공통적으로 도시 역사를 상기시키는 곳에 입지하는 경향이 있고, 시의 행정과 시의회를 포괄하는 지방자치정부 청사로서 기능뿐 아니라 시민에게 문화공간과 광장도 제공한다. 시청의 입지·기능적 공통성은 세계 선진도시에서 잘 확인된다.
최초의 근대도시 런던은 유리 구체 모양의 시청 건물로 유명하다. 2002년 개관한 청사는 런던시 혹은 더시티(The City of London)의 것이 아니라 2000년 더시티와 32개 자치구로 출범한 런던광역시 정부(GLA)의 것이다. 시청은 런던 발상지인 더시티에서 타워 다리 건너편 템스 강변 광장에 자리한다. 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부처 사무실로 쓰고, 맨 위층은 '런던의 거실'로 불리는 전시회장과 만남의 공간이다. 더시티의 시청은 1441년 현 위치에 설립된 이후 화재에도 중세 양식으로 복원해 여태 시 행정과 의식 행사의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파리 시청은 파리가 기원한 시테 섬의 센 강변 현 위치에 1357년부터 자리한다. 1892년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축된 현 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 사무실 외에 대형 연회장과 축제 홀도 갖추고 있다. 전면 광장은 시민을 위해 전시회·연주회 등 무료 행사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독일 문화수도 뮌헨의 신시청은 높이 85m 고딕양식 사탑의 인형 시계와 전망대로 더 유명하다. 이는 마리엔 광장 동측에 있던 구 시청이 협소하여 1874년 북측 현 위치로 이전해 확장공사 끝에 1905년 완공되었다. 시청사는 시장실, 행정 사무실, 시의회 외에 법률도서관과 범시민적 축하 연회장 등으로 이용하고, 구 시청사는 장난감박물관으로 변신하였다.
뉴욕 시청은 1700년대엔 도시 발생지인 월가에 있었다. 현 시청은 구 시청이 미국의 첫 연방정부청사로 일시 사용된 역사성으로 제기된 신청사 건립 계획에 의해 1812년 북쪽으로 수백m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광장과 함께 있는 시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연회실 등으로 쓰고, 행정 사무실은 1914년 인근에 세운 뮤니시플 빌딩에 배치돼 있다. 미국 골드러시로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의 시청도 역사지구에 있다. 1899년에 완공된 최초의 시청이 얼마 후 지진으로 파괴되자 1916년 두 블록 떨어진 현 위치에 복원하였다. 시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 사무실로 주로 사용하지만 발코니, 원형 홀 등은 매일 특정 시간에 결혼예식장으로 개방한다. 전면엔 큰 광장이 있다.
서울 시청도 역사가 깃든 곳에 있다. 서울시는 1926년 건립된 경성부청을 해방 후 시청으로 사용해 오다가 2012년 옛 청사 후면에 전통 건축양식을 살린 유리 건물 신청사를 신축했다. 신청사는 시장실, 행정 사무실 외에 하늘광장 등 시민문화 공간을 다수 할애하고, 옛 청사는 서울도서관으로 개관하였다. 시민들에게 서울광장도 선사했다.
이렇듯 대구의 시청도 입지와 기능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건립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청사의 세 조건(대구의 역사 중심지, 지방자치정부 청사, 시민 문화공간과 광장)을 아우른 기본 틀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선결 과제이다. 대구시 공론위는 로드맵에 얽매지 않고 글로벌 도시로의 대구 미래상을 그려 가는 대장정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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