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볼 구장 인조잔디 놓고 이용 노인들과 견주들 갈등 이어져
대구 남구에 거주하는 A(52) 씨는 지난 18일 오후 8시쯤 반려견과 함께 영남이공대 인근 대명생태공원 게이트볼장을 산책하던 중 주민 10여 명에게 혼쭐이 났다. 주민들은 '똥오줌에 털 날리고 더러워 못 살겠다', '왜 이곳에 개를 데려오느냐'며 언성을 높인 것.
A씨는 "심지어 한 할아버지는 게이트볼 채를 흔들면서 반려견과 나를 치려는 행동까지 해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며 "이러다가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남구 대명생태공원이 최근 반려견 견주 사이에 인기 산책지로 각광받으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잦은 시비로 욕설이 오가는가 하면, 경찰신고까지 이어지는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명생태공원은 대수선·시설보강공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곳으로 배드민턴장 등 운동시설과 휴게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이곳에 있는 폭 17m, 길이 44m 규모의 게이트볼장 인조잔디밭이 견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오후 9시쯤 방문한 공원 게이트볼장 앞은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주민들 20여 명으로 북적였다. 목줄을 풀어놓은 소형견들이 인조잔디 구장을 뛰어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견주 B(32) 씨는 "대명동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할 만한 곳이 없어 퇴근 후 거의 매일 찾는다"며 "강아지가 뛰놀기에 적합해 입소문을 타고 중구나 달서구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6살 딸과 함께 산책 나왔던 C(36) 씨는 "아무리 소형견이라도 갑자기 개가 짖고 뛰어다니면 공포감을 느낀다"며 "최근 개 물림 사고 소식도 빈번한데 목줄을 풀어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특히 게이트볼 경기를 하는 노인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C(71) 씨는 "게이트볼장에 개들이 똥오줌을 싸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치우지도 않는다"며 "낮이면 역한 냄새가 올라와 운동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견주들과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민원이 쏟아지자 구청이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마땅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게이트볼장에 반려견 출입을 막을 수 없는데다, 동물놀이터를 따로 조성할 여건도 되지 않는 탓이다. 현행법상 10만㎡ 미만의 근린공원에는 동물놀이터를 조성할 수 없다.
남구청 관계자는 "게이트볼장은 남구체육회 소속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견주들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남구체육회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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