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10년으로부터 자연설계전'

입력 2019-07-25 10: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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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Hello!~ART전 김현준 작
2019 Hello!~ART전 김현준 작

'무릇 예술은 동시대성의 중력으로 벗어나기 어려우며, 설혹 그 중력을 벗어났다하더라고 곧 가까운 미래의 동시대성에 다시 함몰되기 쉽다.'

'Hello! Contemporary Art'는 봉산문화회관이 2014년부터 이러한 동시대성의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시각적 축적을 선보이면서 해마다 장르 간 상호 공감을 추구해온 기획전시의 이름으로, 올해는 10년을 맞은 '기억공작소'전시의 역사성을 공유하면서 동시대미술의 프로토콜을 제시하는 설치와 조각 작품 중심의 '기억공작소 10년으로부터 자연설계展'을 열고 있다.

전시는 봉산문화회관 1층 야외광장, 2층 3전시실과 로비, 3층 1, 2전시실 등 각 4곳에서 열리며 참여 작가는 권효정, 이상헌, 신강호, 김성수, 김현준 등 5명이다.

#Spot 1. 야외원림 권효정의 '분수' 설계와 '나무조각'

봉산문화회관 야외광장에 설치된 권효정의 '분수'는 삶 속 예술과 도시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초월성을 기억하도록 설계됐다. 층층이 쌓은 스테인리스 그릇의 꼭대기와 샤워헤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드럼통, 저울과 비닐 공 사이로 흐르면서 시원한 시청각적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분수' 주변에는 김성수의 '꽃과 새', 춤추는 사람을 조각한 이상헌의 'Dance', 굵은 나뭇가지로 만든 인체를 연결한 신강호의 'Link-나무 정령', 거대한 나무를 무릎 꿇린 인체로 조각한 김현준의 '나를 너라고 부르는 너는 누구니?'등이 함께 설치돼 있어 자연설계의 미술원림(園林)을 보여주고 있다.

#Spot 2. 실내원림 이상헌의 설계

전시실에 들면 짙은 나무향이 확 퍼져온다. 가슴에 못을 박은 채 대형망치를 끌고 있는 '못을 박다'와 2점의 평면 드로잉, 거꾸로 된 팔 다리와 함께 길게 늘어진 넥타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실감나는 '떨어지다-두 번째', 가위에 눌리는 몸부림을 표현한 '가위눌림', 억압을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는 'Flying man'조각 등이 전시돼 있다.

이러한 작가의 나무 조각들은 인간의 정서를 시각화하려는 작업임과 동시에 나무에 투영된 작가 자신의 불안한 현재적 삶을 담고 있으며, 나무를 조각하는 행위와 그 질감, 향기 등에서 자연의 설계와 치유에너지를 엿볼 수 있다.

#Spot 3. 실내원림 신강호의 설계

작가는 자연과 사람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계성을 'Link'로 지칭하고 그 매개체로 '나무 정령'을 설정해 작업했다. 그는 자연의 숲이나 군락진 나무를 보며 도시와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나뭇가지 그대로의 형태를 따르는 인체조각을 연결하는 군상을 설계하고 있다. 신강호의 이런 방식은 서로 연결되는 관계성 속에서 변화와 균형, 조화로 순리를 따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각화했다.

#Spot 4.실내원림 김성수와 김현준의 설계

봉산문화회관 3층 1전시실에 마련된 이곳은 김성수의 나무 꼭두와 김현준의 나무 조각상으로 구성한 실내원림으로 실제 사람 크기의 김현준 작 'Somewhither'가 대뜸 관객과 마주 서있다. 여기서 이 낯선 당혹감은 부드러운 질감과 결, 향으로 인해 호감을 바뀐다. 작가에 따르면 이 작품은 해답 없는 오랜 질문으로부터 현실 삶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풀고 어디론가 가려는 움직임의 표현이라고 한다. 눈앞에 닥친 답답한 상황이 동시대인의 고민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응시' '60 상념' 'Who' '?'와 같은 조각을 통해 작가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기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또 다른 가능성의 싹을 틔우는 상상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실 중간 벽에 걸린 '꽃을 든 남자' 작가 김성수는 주변과 소외된 것, 설명되지 못한 것들을 존중해 사실과 진실을 회복시키려는 균형감각을 위해 서민의 해학을 담았던 '꼭두'의 조형성과 강한 원색, 회화적 감수성에 주목해 현대인의 상처와 긴장을 다독이고 있다.

한편 2층 로비 벽면에 걸린 53점의 전시기록은 10년을 맞이한 기억공작소전 기록 포스터 이미지들로 형식과 내용을 넘어서 미술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실험하는 동시대미술의 태도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10일(토)까지.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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