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덕의 스타트업 스토리] 배드 블러드

입력 2019-07-24 18:00:00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명문대 중퇴, 거침없는 말솜씨,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비전 제시. 20대 여성 창업가 엘리자베스 홈즈가 설립한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는 2013년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검사가 가능한 혁명적인 아이템 '에디슨 키트'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며 단숨에 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의 대열에 올라선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 창업자들의 뒤를 이어갈 차세대 리더가 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홈즈는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 존 캐리루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거대한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타락해 현재는 11건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은 터틀넥을 즐겨 입는 '여성판 잡스' 엘리자베스 홈즈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투자금 중에는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의 1억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테라노스'의 전무후무한 스캔들을 다룬 '배드 블러드'가 최근 출간되었다. 단돈 50달러의 마법에 의문을 가지고 추적한 존 캐리루가 써내려 간 '배드 블러드'는 결말을 미리 알고 읽게 되지만 잘 만든 스릴러 장르를 만난 것처럼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인보사' 사태와 맞물려 우리들에게 뼈저린 교훈까지 던져주는 이 책을 창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재능 있는 혁신가가 도덕적 양심을 내다 버리고 영욕만을 추구한다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철저히 파괴되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도 능력이며 재능이라고 착각하는 '나쁜 피'가 창업자의 몸과 마음을 뒤덮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주연으로 영화화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4년 전 전설적인 여성 창업자 조이 망가노를 연기했던 그녀가 표현할 스타트업 사기극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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