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종 : 믹스견 / 나이 : 3살 추정 / 성별 : 암컷 / 취미 : 꼬리 흔들기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 시골집 담벼락을 타고 정겨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언뜻 들어선 오랜만에 할머니 집을 찾은 손자 손녀를 반기는 소리 같다. 하지만 할머니 곁엔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어대는 오복이가 있다.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길순 할머니는 아들의 권유로 오복이를 데려왔다.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적적해 하던 찰나에 입양한 오복이는 할머니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말만 못 할 뿐이지 사람하고 똑같아. 요놈 때문에 적적하지도 않고 얼매나 좋은지 몰라"


◆외로움 덜고 우울증 예방
매사 귀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식사는 커녕 집에서 잠만 자기도 버겁다. 건강해지려면 무엇보다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는데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나홀로족은 건강을 지키는데 취약한 계층이다. 특히 자녀들이 독립한 뒤 떨어져 살고 있는 홀몸노인은 상대적 허탈감과 박탈감이 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때 되면 밥그릇 긁는 요놈 때문에 (나도) 밥때 잊지 않고 챙겨 먹어" 할짝할짝 소리 내며 밥을 먹는 오복이를 보고 있노라면 없는 입맛도 샘솟는다. 때이른 더위에 헥헥거리고 있지는 않나 방방 뛰다 그릇을 엎질러 물도 먹지 못하지는 않나. 할머니는 오복이 걱정에 하루에도 수 십 번 마당과 집 안을 드나든다. 그 탓에 살짝 그을린 듯한 길순 할머니의 얼굴은 오히려 생기와 활력이 넘쳐 보인다.
평소 때 같으면 할머니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복이지만 요 며칠 사이엔 푸지게 욕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자식들이 두고 간 고기를 두어 번 섞어 줬더니 사료는 거들떠도 안 본다는 게 사건(?)의 발단이다. 고기 맛을 알게 된 오복이는 할머니 말을 빌리자면 '숭악한 놈'이 돼 버렸다.


◆반려동물 관리 사각지대
"온 김에 털 좀 빗겨주고 가. 나 혼자는 힘들어서 못해". 어느덧 편하게 말을 걸어오는 할머니는 기자에게 쇠로 된 빗을 쥐여준다. 요즘 들어 털이 뭉텅이로 빠진다는 오복이 주변은 여기도 털 저기도 털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다. 빗질을 자주 해줘 죽은 털을 솎아 내야 하는데 할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날뛰는 오복이를 잡을 힘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찾아오는 날이면 한 손에 빗을 쥐고 선 겸연쩍은 미소를 짓곤 한다.
외로움을 달래줄 동반자로 반려동물을 택하는 노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신체적 능력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저기 아픈 몸과 반려견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 등 현실적 어려움은 적지 않다.
이런 할머니 고충을 알기라도 하는 건지 오복이는 할머니 도움 없이도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선다. 목줄을 풀어주면 쏜살같이 나가다가도 힐끔 뒤돌아 본다. 그러고선 시골길 따라 산과 들로 펄쩍펄쩍 뛰논다. 꽉 조이는 목줄 없이도 펄펄 뛰놀 수 있는 것이 시골에 사는 특권 아니겠는가. 꽤 놀았다 싶을 때 들리는 소리. "오복아, 오복아, 오복아" 삼창이 채 끝나기 전 오복이는 할머니 곁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혀를 내밀고 헥헥 대고 있다.


◆노인과 잘 어울리는 반려동물
누런 털에 까만 눈, 헝클어진 붓솔처럼 생긴 꼬리. 오복이를 소개해 준 이는 "이래 봬도 이 녀석 부모는 족보 있는 개"라고 했다지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영락없는 똥개다. 잡종 느낌이 물씬 나는 데다 '오복'이라는 이름이 더해져 할머니는 이따금 웃지 못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다섯 가지 복을 가지고 살아라는 좋은 의미가 무색하게 여름 복날이면 오복이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입양할 때 혈통서를 가진 '순종'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때문에 순종이 아닌 일명 잡종, 믹스견, 똥개들은 쉽게 외면당하고 버림받기도 한다. 하지만 믹스견은 근친교배로 태어나는 순종에 비해 유전병이 없고, 양쪽 견종의 우수한 장점을 물려받아 똑똑하고 건강한 경우가 많아 노인들에게 적합한 강아지로 추천되기도 한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 하더니 오복이와 할머니는 환상의 조합이었던 걸까? 워낙 곰살맞게 구는 오복이 덕에 할머니는 웃을 일이 많아졌다. "내가 몇 살 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요놈이랑 즐겁게 살다 갈꺼야"
〈박스〉 할아버지 할머니 멍멍이 키워봐요
-신체적 활동을 늘려줘요
나이가 들면 운동량이 줄면서 다양한 노인성 질환이 걸리기 쉽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의 경우 일상적인 '밥 주기'나 '목욕시키기'부터 '산책', '놀아주기'와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신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우울한 감정을 떨쳐줘요
사회적 관계와 활동이 위축되는 노년기의 고독감과 소외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많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로 '사회 정서적 효과'를 꼽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은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적 관계를 넓혀줘요
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활동이 뜸해진 노인에게 반려동물은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기회를 제공한다.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이웃과 대화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반려견 소유자 간 개를 매개로 친분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 지켜줘요
개를 호신용으로 기르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하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강아지는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파트너다. 낯선 사람이나 짐승들의 접근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반려견은 시골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집을 지키는 파수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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