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장점에 주목하자

입력 2019-07-22 11:30:30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한 때 새벽잠을 포기해 가며 열심히 축구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였는데 몇 년간 빠지지 않고 그 팀의 경기를 보면서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을 다투는 팀이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기라성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인 이상 완벽할 수는 없기에 선수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선수는 수비 가담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어떤 선수는 몸싸움이 약하다고, 어떤 선수는 패스를 잘 하지 않는다고 공격을 받았다. 박지성 선수도 늘 골을 많이 넣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했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그런 약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점을 잘 조합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비 가담을 잘 하지 않는 선수가 아니라 골을 잘 넣는 선수, 몸싸움이 약한 선수가 아니라 역습에 강한 선수로 자신의 선수들을 평가했다. 박지성 선수의 경우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활동량과 위치 선정 기술을 높이 사 강팀과의 경기 때면 자주 기용하였다.

공연을 만들다보면 함께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약점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도 나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점을 보완하며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고 얼마간의 약점은 언제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공연을 만드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중에는 되도록 팀원들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보여주고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연출하려 한다. 경험상 그렇게 했을 때 더 나은 결과물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본인의 약한 부분, 가지지 못한 부분에만 너무 생각이 함몰되어 자신이 가진 훌륭한 장점들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 맞아. 나는 숫자에 약해. 하지만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하지. 이렇게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씀이야' 하는 식으로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싶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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