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설비의무 기준 없어...화재 취약한 소규모 스크린골프장 

입력 2019-07-19 17:09:55 수정 2019-07-19 17:59:03

업소 안팎에 각종 가연물 있어 화재 취약...스프링클러 규모따른  설치의무만
전문가 “규모 관계없이 화재 취약한 스크린골프장에 스프링클러 설치해야”

지난 17일 방화 사건이 발생한 대구 남구 대명동 스크린골프장 방화사건 현장에서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17일 방화 사건이 발생한 대구 남구 대명동 스크린골프장 방화사건 현장에서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수성구의 한 소규모 스크린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자 카운터 너머로 연습타석 다섯개가 나란히 눈에 들어왔다.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연습대 앞으로 천 재질의 스크린과 그물이 쳐져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6개의 게임룸이 있었다. 각 방의 문을 굳게 닫으면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기 힘든 구조로, 이곳 역시 인조잔디와 소파 등 가연성 물질이 가득했다.

최근 스크린 골프연습장 방화 사건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규모 골프연습장일 수록 화재에 취약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스크린골프장은 많은 경우 방염제품을 쓰지만, 소규모 업소는 일반 상업 건물(근린생활시설)이 적용받는 화재 기준만 지키면 돼 소방시설 설치 의무조차 없어서다.

대구의 소규모 골프연습장 상당수에는 화재 초동대응을 돕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거의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는 현행법 상 연면적 1천㎡ 이상인 건물만 설치하도록 돼 있다보니 그보다 작은 대다수 골프연습장이 법 적용을 받지 않은 것. 타석에 설치한 인조잔디도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일반 합성수지 제품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스크린골프장은 영세하다보니 기본적인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소화기 등 필수 설비 외에는 화재 대책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골프룸 내 내장재나 가구를 방염처리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인 데다, 밀폐형 게임룸 특성상 화재 발생 시 탈출이 어렵고 대피로가 미로처럼 얽혀 인명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스크린골프장에 흡음재를 설치할 때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2급 이상의 제품을 써야 하지만, 영세 업체들은 아예 흡음재를 쓰지 않아 소방 의무를 비켜가는 한계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크린골프장과 달리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권총사격장처럼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는 규모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다"며 "스크린골프장 역시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에 취약하므로 규모에 관계없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소방 규정을 보다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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